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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 ‘대부업체’ 최고금리는 시장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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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 ‘대부업체’ 최고금리는 시장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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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일 금융부 부국장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제2금융권은 물론 법정 최고금리(20%)에 발 묶인 대부업체들까지 신규 대출 확대를 중단했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채시장의 문까지 두들기는 실정이다.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대캐피탈은 토스, 카카오페이 등 외부 플랫폼을 통한 대출의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현대캐피탈은 “조달 환경 악화로 회수율이 떨어지는 대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캐피털사의 경우 회사채인 여전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한다. 현대캐피탈이 발행하는 여전채 3년물 금리는 5.651%로 지난해 초반 2.441%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여타 캐피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신용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대출 총량 규제’ 영향도 있지만 연체율 급등 고민이 컸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2.6%대였지만 3분기에 3.0%대였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지 못한 취약 차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3금융권인 대부업체로 향했다. 하지만 대부업계 2위인 리드코프조차 지난 10월부터 신규 대출을 기존의 80% 수준으로 줄였다. 대부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도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신규 대출을 모두 중단했다. 대부업체 운용자금 대부분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에서 조달된다. 하지만 조달 창구가 막히자 대부업계 대출도 여의치 않다. 대부업계의 2금융권 조달금리는 지난해 초 3~4%였지만 최근 8~9%다. 하지만 대부업체가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법정 최고금리는 고정됐다. 따라서 신규 대출 영업도 쉽지 않다. 대부업계 종사자들은 “저신용 취약계층 대상의 영업구조다 보니 회수할 수 없는 대출금인 대손비용 외에도 연체비 등 기타 필수 고정비와 제반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울상이다. 기존 대출 연장과 회수에만 집중하는 실정인 것.

대부업은 그동안 불법추심, 일수 등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심지어 서민들을 등쳐 먹는 업자 혹은 깡패 등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2002년 ‘대부업법’ 제정으로 대부업체는 등록 의무, 불법 추심 행위 금지, 법정 최고금리를 준수해야 하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됐다. 2009년에는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정식으로 금융위 인가도 받았다. 법 제정 당시 최고금리는 연 66%였지만 이후 수차례 하향 조정으로 2020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연 20%다.
이처럼 서민 친화적으로 다가간 대부업체이지만 여전히 법정 의무를 무시하는 사금융업체들 때문에 골치다. 대부업계에서도 대출이 거부된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채시장을 찾는다. 이들 불법 사채업체도 엄연히 ‘대부업’이란 용어를 병행해 소비자들에게 혼선만 준다. 실제, 금융감독 당국이 조사한 결과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15년 말 267.9만 명이었지만 2022년 6월 106.4만 명으로 줄었다. 줄어든 수만큼 불법 사채시장을 찾은 것이다.

대부금융협회가 발간한 사례집 ‘금융소외의 현장 불법 사채로 내몰린 서민들’에서도 2021년 기준 ​불법사채 ​평균이자율은 229%로 법정 최고금리 20%의 11배였다. 사채업자들은 살인적 금리는 물론 한 주나 한 달 단위로 대출기간을 설정해 제때 못 갚으면 ‘연장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도 요구한다. 대부금융협회에선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등록된 대부업체나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할 것을 당부한다. 불법 사채업자임에도 등록된 대부업체인 양 속이고 영업하는 사채업자도 많다 보니 주의를 요한다. 이에 대부금융협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 대부업체 여부에 대해 안내까지 하고 나섰다.

소비자단체 일각에선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 관련 적정 수준에서 유연한 운용을 주장한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선 “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보다 저신용·저소득층이 대부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저신용·저소득층을 제도권 금융에서 보호하기 위해선 시장 상황에 걸맞은 유연한 금리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정부도 시장연동형 최고금리 제도 등을 도입해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위 중심으로 금리 인상 시기에 탄력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에선 요지부동이다.

가계부채 폭증 상황에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됐다. 하지만 여전히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 시행에 난관이 많다. 차라리 금리 상한선을 정부 개입 없이 시장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