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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칩스법과 기재부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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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칩스법과 기재부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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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열 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액을 최대 25%까지 세액공제해주는 K-칩스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논의된다.

K-칩스법은 국가 첨단 전략기술과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관련 정책과 투자규제, 금융·세제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특별법을 말한다. 공식 명칭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다. 해당 법안에서 전략산업으로 규정한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총 15개 분야다. 이 산업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은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을 통해 설비 투자의 경우 최대 8%, 중소기업의 경우 16%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세액공제 규정은 지난해 12월 국회 발의 과정을 거쳐 현재 시행 중이다.
하지만 두 달도 안 된 K-칩스법은 다시 국회에서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초 확정된 세액공제 규모가 경쟁국 대비 아쉬운 수준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아쉬운 결정이 눈에 띈다. 지난해 법안 논의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세액공제 한계선이던 6%를 최대 10%까지 늘리려 했다. 반면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대기업의 경우 8%, 중소기업의 경우 16%를 세액공제 한계선으로 지정했다. 결국 기재부의 법안이 확정돼 국회로 올라왔고, K-칩스법은 그렇게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기재부의 새해 업무보고 과정에서 아쉬운 세액공제 부분을 지적했다. 이후 기재부는 부랴부랴 다시 세액공제를 최대 15%로 올리는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민주당은 기재부의 입장이 단 두 달 만에 바뀐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두 달 전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인정하거나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지만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수정했다고 해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재부의 이 같은 행보에 답답해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이미 실적 한파와 업황 악화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기재부의 ‘헛발질’로 인해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도체는 첨단 산업계의 쌀로 불린다. 기재부 역시 정부의 곳간지기다. 곳간지기가 쌀을 소홀히 하면 결국 살림이 거덜 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소홀히 쓰면 안 되지만 국가경제의 근간을 떠받들고 있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성장을 멈추는 순간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