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인공지능(AI)'의 해였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전쟁' 도화선이 된 챗GPT도 지난해 'AI 열풍'의 일부였다. AI 이미지 제작기들은 예술, 상업 디자인, 실사형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AI 스트리머 '뉴로사마'는 데뷔 두 달 만에 구독자 20만 명을 모았다.
AI 발전과 함께 파생되는 부작용도 있다. 이른바 '기술적 실업', 곧 인간의 일자리를 AI에게 뺏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챗GPT의 경우 인간의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현하는 '자연어 생성' AI다 보니 작가·사무 관련 직군이 큰 위협을 받고 있는데 글을 쓰는 기자 또한 예외는 아니다.
기자가 AI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말의 역사는 오래됐다. 2014년에 이미 1년에 기사 10억 개를 쓰는 AI '워드스미스'가 개발됐고, 이듬해에는 미국의 IT기업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임원이 "5년 안에 AI 기자가 퓰리처상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국내에도 AI 기자를 활용하는 언론사가 여럿 있다.
AI 기자들은 아직은 증시, 스포츠, 날씨 등 결과가 정해진 뉴스를 다루는 선에 머무르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씨넷은 올해 초 금융 해설기사 작성에 AI 도입을 시도했으나 AI 특유의 시점, 단위 오류가 빈발하자 이를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아직'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상당수 기자들 사이에는 보도자료와 남이 쓴 기사를 짜깁기하며 최소한의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남아있다. 짜깁기나 윤문(潤文)은 MBA(경영학 석사) 학위까지 인정받은 '사무 전문가' 챗GPT도 잘할 수 있는 분야고 머지않아 그와 비슷한 일을 AI가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
AI로 인한 기술적 실업 문제에 항상 "AI를 거부하는 대신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형태로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이 따라 나온다. AI를 이해하고 동행하기 위해선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자를 가리키는 말은 '기레기'가 아닌 '사양산업 종사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