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은 ‘정직’을 가르친다. 그래서 아이들은 정직하게 말한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 앞에서는 거짓말을 못 하겠다고도 한다.
인간 사회에서 때로는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5~7세가 되면 어른들은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가르친다. 엄마에게 집에서 책만 볼 것을 강요받는 손자를 할머니가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서 손자에게 “엄마한테는 밖에서 놀았다고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기!”라고 말하는 것이 나쁘기만 할까? 이런 할머니의 말뜻을 5~7세의 어린이라면 알아차린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손자의 건강을 위해서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도 필요하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짓말이 모두 좋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뢰하지도 않는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거짓말이 밝혀지게 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용인되는 거짓말은 무엇이고, 용인되지 않는 거짓말은 어떤 것일까? 용인되는 거짓말은 첫째, 그 말에 이타심(利他心)이 있을 때다. 예를 들면 상대가 ‘나는 안 될 것 같아!’라고 자책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도 ‘아냐! 너는 할 수 있어!’처럼 용기를 주는 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둘째, 진정성 있는 긍정적인 말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성이란 상대가 진정으로 잘되길 바라는 선한 마음의 표출을 말한다. 진정성 없이 상대에게 좋은 말을 하게 되면 상대는 본능적으로 눈치챈다. 이럴 때는 상대의 말을 그냥 반복해 주는 질문을 하면서 상대가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진정성이 없더라도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셋째,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을 때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용인해 주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을 더욱 나쁜 길로 빠지게 만든다. 이는 그 사람을 위해서도 결코 좋지 않다.
정직과 거짓은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정직을 가장한 사악한 정직으로 상대를 끌어내리거나 상대를 주저앉게 만들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용기를 주는 말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에도 이런 것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사악한 정직도 있고 선한 거짓도 있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가능하면 선한 영향력으로 우리 사회를 좀 더 밝은 사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