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리의 고민거리는 회의가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회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을까? 올해 회의를 줄이라고 지시한 여러 CEO의 요청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단지 올해 조금 더 강조되고 있는 익숙한 주제일 뿐이다. 왜 우리는 회의 문화를 바꾸는 데 실패했을까? 수많은 노력들이 조금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일까?
많은 기업이 회의 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해도 장기적으로 끌고 가지 못한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고작 4개월에 그칠 때가 많다. 문화를 바꾸는 데 4개월이 충분할까? 그렇게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 회의 문화였다면 지금쯤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회의 문화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조직 개발 컨설팅 관점에서 회의 문화를 개선한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고 더 오랜 기간 동안 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회의 문화가 잘 개선되지 않는 둘째 이유는 회의의 핵심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단순히 최소한의 시간만 사용하도록 하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회의의 ‘양’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기업이 있다. 물론 양을 줄이는 것이 무의미한 노력은 아니다. 다만, 회의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회의의 핵심은 시간이 아니라 목표 달성이기 때문이다. 질을 높인다는 것은 회의 안에서 사람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효과적인 일하는 방식을 수립해 나가고 지켜 나가는 것을 말한다. 결국 우리가 회의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필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참석자들의 고민의 시간이 축적되어야 한다.
마지막 이유는 회의 문화만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회의 문화와 가장 큰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바로 보고 문화이다. 흔히 기업 안에는 회의와 보고의 개념이 혼재하고 있다. 회의 문화만 따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보고 문화와 회의 문화를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변화 활동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리더가 회의를 줄이라고 지시할 때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부족했는지, 어떤 관점의 새로운 노력이 더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수석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