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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뒤로 갔다가 높이 올라가는 그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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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뒤로 갔다가 높이 올라가는 그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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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플랜비디자인 책임연구원
협업엔 반드시 초조해지는 순간이 온다. 동료의 결과물이 내 맘 같지 않고, ‘나 혼자 하는 게 더 빨랐겠다’거나 ‘이걸 언제 다 설명해. 그럴 바엔 혼자 해버리고 말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네를 상상한다.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가기를 반복하며 결국 더 높아지는 그네의 찰랑찰랑한 선을 상상한다. 아, 지금 뒤로 가고 있구나.

'프로그래밍 심리학'의 저자 제럴드 와인버그는 ‘비자아적 프로그래밍(egoless programming)’을 강조한다. 번역을 거치며 어려워졌는데, 쉽게 말해 일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도록 일하는 방법을 다시 세팅하자는 말이다. 일이 곧 나이며, 나는 단편적인 일 한 건으로 내 인생을 평가받을 것이고, 망치기라도 하면 갑자기 쓰나미가 몰려와서 한반도를 덮칠 것이고… 별로라고 하면 난 완전히 붕괴될 거야… 같은 망상이 자라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자는 것이다. 또한, 자기 일이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는 동료 따위가 어설프게 조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뿅망치를 때리자는 것이다. 뿅! 정신 차리세요!
‘비자아적 프로그래밍’을 실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바로 ‘공유하기’이다. 업무 진척 사항을 공유하는 건 비교적 쉽다. 하지만 한창 만드는 중인, 분명히 하루 종일 잡고 앉아있지만, 진척이 더딘 제안서를 통째로 슬랙이나 잔디에 올리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 초년생 시절, 센터장님이 나를 앉혀놓고 "이 제안서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던지셨을 때, 어린 시절 들었던 "너 몇 대 맞을래?"와 비슷한 공포를 느꼈으니 말이다. 공유할 때마다 용기를 내야 하고, 또 공포를 느껴야 하는 조직이라면 개인의 심리적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저자는 ‘거래 관계’를 제시한다. 서로서로 계속해서 업무를 공유하기로 약속한 짝꿍을 만들라는 뜻이다. ‘이번에 내가 봐줬으니까, 다음엔 네가 봐줘’ 같은 거래. 신뢰를 점차 축적해가는 관계. 꼭 공식적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실제로 이러한 짝꿍이 생기면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올라가고,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지면서 이직 의사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상치 못한 직접적인 피드백은 종종 비난같이 들리기도 하고, 개인적인 심판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아무리 떳떳해도 할퀴면 아프듯 말이다.
이러한 거래 관계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해당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이 여럿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의 판단으로 업무가 진행되기보다는 다수의 의논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때에 따라 공석이 발생해도 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지며, 업무 진척도를 파악하기가 쉬워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후에 업무를 다시 수정·보완해야 할 때도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업무를 공유하며 알게 모르게 학습이 일어나는 것은 또 어떻고.

그러니 협업의 시작에 이러한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서로 짝꿍이 되어주자고. 우리가 함께 일하는 과정은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 반복하는 것 같아도 위로 올라가는 그네일 거라고. 이러한 짝꿍을 만들기 딱 좋은 때가 언제인지 나열해 보겠다. 이게 말이 되는 건지 아닌지 도저히 모르겠을 때, 해도 해도 진도가 안 나가는 것 같아 막막할 때, 이걸 이 견적에 해도 되는지 헷갈릴 때, 또라이 같은 사람이 있는데 욕하고 싶을 때, 잠깐 나가서 커피 마시고 싶을 때, 출근이 힘든 모든 아침에, 뒤에서 밀어주는 기분 좋은 바람이 필요할 때.


김다혜 플랜비디자인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