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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진단은 성찰을 낳고, 평가는 공포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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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진단은 성찰을 낳고, 평가는 공포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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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팀장이 되면 리더십 진단을 받게 된다. 많게는 일 년에 두 번, 적게는 한 번을 받게 된다. 리더십 진단 결과를 받아 든 리더는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첫 번째 감정은 분노이다. ‘누가 이런 평가를 했어?’ 두 번째는 부정이다. ‘너희들이 나를 얼마나 안다고?’ 세 번째는 회피이다. ‘이번 결과는 뭔가 착오가 있어.’ 네 번째는 우울이다. ‘팀장은 해서 뭐해.’ 마지막으로 자책한다. ‘나는 리더 자격이 없나 봐.’

이런 감정 변화는 ‘퀴블러로스(Kübler-Ross)의 5단계 애도’와 비슷하다. 퀴블러로스는 ‘죽음과 임종에 관하여’란 저서에서 ‘5단계 애도(five stages of grief)’ 이론을 제시했다. 사람이 죽을병에 걸리면 분노, 부정,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차이가 있다면 ‘퀴블러로스의 5단계’는 마지막에 스스로 ‘수용’하지만 리더십 진단은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는 진단 결과를 죽을병으로 받아들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팀장은 리더십 진단을 평가로 생각한다. 평가는 순위를 매긴다. 일등이 있고 꼴등이 있다. 등수에 따라 신상필벌이 존재한다. 평가는 누구에게나 두렵다. 진단의 사전적 의미는 의사가 환자의 병 상태를 판단하는 일이다. 리더십 진단은 리더의 리더십 상태를 판단해서 고치기 위함이다. 평가는 물건값을 헤아려 매기는 것이다.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의미한다.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두려울 수밖에 없다.

리더십 다면 진단은 다면 평가와 구분해 사용되었다. 다면 진단은 리더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한다. 진단 후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 다면 평가는 정량적인 성과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 1990년대 성과 평가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동료 관대화 평가, 평가자 익명성 훼손 등의 부작용으로 사용이 줄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서 애자일 기법과 함께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단자(평가자)와 피진단자(피평가자) 모두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진단과 평가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둘 다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기업에서 팀장 리더십에 대한 코칭 의뢰가 들어왔다. 리더십 진단 결과 하위 20%의 저성과 리더에게 코칭을 해달라는 것이다. 의아했다. 분명 '저성과 리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리더십 진단을 평가로 인식한 결과이다. 교육 시 강한 피드백도 요청했다.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왔다. 교육생의 반발이 심하니 교육 내용을 완곡하게 순화해 달라고 했다. 교육생들이 진단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내가 왜 하위 20%에 들어가는지’ 명확한 기준을 달라는 것이다. 인사 부서에서는 당황한 것이 역력했다. 모든 것이 진단과 평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리더십 진단이 항상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 번, 두 번 자아인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내 안의 나’를 모르는데 어찌 남이 알 수 있겠는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인식은 자기성찰을 통해 가능하다. 자아인식은 다른 사람의 진단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성찰이 가능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너 자신을 알라’가 곧 자아인식이다. 자기성찰은 자아인식을 위한 과정이다. 소크라테스는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라고 했다. 리더가 무지를 깨닫는 과정이 자기성찰이다. 진단은 성찰을 낳고, 평가는 공포를 낳는다. 공포는 성찰을 불가능하게 한다. 리더십 진단과 평가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진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