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정 변화는 ‘퀴블러로스(Kübler-Ross)의 5단계 애도’와 비슷하다. 퀴블러로스는 ‘죽음과 임종에 관하여’란 저서에서 ‘5단계 애도(five stages of grief)’ 이론을 제시했다. 사람이 죽을병에 걸리면 분노, 부정,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차이가 있다면 ‘퀴블러로스의 5단계’는 마지막에 스스로 ‘수용’하지만 리더십 진단은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는 진단 결과를 죽을병으로 받아들인다.
리더십 다면 진단은 다면 평가와 구분해 사용되었다. 다면 진단은 리더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한다. 진단 후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 다면 평가는 정량적인 성과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 1990년대 성과 평가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동료 관대화 평가, 평가자 익명성 훼손 등의 부작용으로 사용이 줄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서 애자일 기법과 함께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단자(평가자)와 피진단자(피평가자) 모두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진단과 평가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둘 다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리더십 진단이 항상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 번, 두 번 자아인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내 안의 나’를 모르는데 어찌 남이 알 수 있겠는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인식은 자기성찰을 통해 가능하다. 자아인식은 다른 사람의 진단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성찰이 가능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너 자신을 알라’가 곧 자아인식이다. 자기성찰은 자아인식을 위한 과정이다. 소크라테스는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라고 했다. 리더가 무지를 깨닫는 과정이 자기성찰이다. 진단은 성찰을 낳고, 평가는 공포를 낳는다. 공포는 성찰을 불가능하게 한다. 리더십 진단과 평가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진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