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10월 11일이 창립기념일이 됐는지가 궁금해진다. 회사의 전신이었던 대한조선공사(현 HJ중공업)가 거제시 옥포만 지역에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착공식을 개최한 것이 1973년 10월 11일이었다.
옥포조선소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함께 거제시가 세계 최대 조선산업 도시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이바지를 했다. 글로벌 톱3 한국 조선소 가운데 두 곳이 위치한 거제시는 조선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0년대 중반에는 1인당 소득이 전국 지방 도시 가운데 최고일 뿐만 아니라 서울을 능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았고 소비액도 많았다. 서울 청담동‧압구정동만큼이나 명품관이 즐비해 부산광역시 등 인근 도시에서 쇼핑하러 거제시로 몰려들기도 했다. 2004년 거제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착공한 것도, 거제시와 부산 등 경남지역 육지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옥포조선소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만든 직원 숙소 덕분에 독신 직원들은 목돈을 들이지 않고 내 집을 얻을 수 있다. 직원 자녀를 위해 건립한 학교는 서울에 버금가는 최고 교사진이 최신 교육시설을 활용해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회사가 만든 운동장·공연장 등 문화예술체육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과 영화, 운동 경기를 관람한다. 거제시민도 물론 함께한다.
선박 건조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 선주사 직원, 선급 직원 등 외국인 관리자들도 다수가 거제시에 장기간 거주했다. 이들은 저녁 시간에 일반 식당도 있지만 면세가 적용돼 저렴한 가격에 양주를 즐길 수 있는 전용 클럽이나 술집을 많이 찾았다. 옥포조선소 인근에는 이러한 면세 술집이 즐비해 마치 외국에 온 양 착각이 들 만큼 또 다른 야경을 연출했다.
한마디로, 거제 지역경제는 옥포조선소가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옥포조선소 착공 50년이 되는 해다. 대우조선해양은 50주년 사사 발간을 조용히 검토했고, 기초 준비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한화가 새 주인으로 선정되면서 계획은 보류했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최종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과거 대우그룹 시절 핵심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우’ 브랜드를 사용해왔던 대우조선해양이 '대우'를 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50살에 이름을 바꾼다. 그럼에도 옥포조선소의 위상이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한화그룹이 50년 사사를 제작해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새 식구가 지난 기간 어떻게 성장했고, 거제시와 동반 성장을 했는지 자연스레 공부가 될 테니 말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