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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엔비디아의 인게이지먼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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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엔비디아의 인게이지먼트 전략

권기범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권기범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 교수
매년 발표되는 글래스도어(Glassdoor.com)의 일하고 싶은 최고의 기업(GWP: Great/Best Places to Work) 리스트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도,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어낸 엔비디아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엔비디아의 2022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Employee Engagement)가 엔비디아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적인 요인임이 언급되고 있다. 인게이지먼트는 활력, 전념, 심취로 특징지어지는 긍정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심리 상태로,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구성원들은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지속적인 사업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 20년 이상에 걸친 광범위한 인게이지먼트 연구 결과들은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이끌어내고 유지하기 위한 업무 조건인 직무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먼저, 엔비디아의 핵심 조직 문화인 지적 솔직함은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직무자원이다. 지적 솔직함은 창업자인 젠슨 황이 창업 초기부터 엔비디아의 문화를 이끌어온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기술 혁신을 추구하며 실패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실수를 비난하지 않고 그로부터 배우는 조직 문화를 의미한다. 이 같은 지적 솔직함은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며 업계 최전선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직무자원이 된다.

엔비디아는 또한 인재를 선발, 육성, 보유하기 위해 통합적인 인재개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글래스도어의 엔비디아 기업 추천 사유에는 멋진 동료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는데, 이는 엔비디아의 구성원들이 반도체 산업에서 혁신은 멋진 동료와의 높은 수준의 협업 과정에서 나온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다양한 재능과 배경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조직과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인재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구성원뿐만 아니라 구성원 가족들의 건강과 웰빙도 함께 챙기며 경력 이직이 활발한 실리콘밸리의 특히 대퇴사 시대의 흐름이 계속되었던 2022년에도 4.9%의 낮은 이직률을 나타냈다. 반도체 기업 평균 이직률은 13.7%였다.
마지막으로, 엔비디아는 피플 애널리틱스를 활용해서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모니터링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재능과 배경의 중요성을 말로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양성이 급여 및 승진 등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통계적인 분석을 실시한다. 또한 인게이지먼트를 일의 의미, 다양성, 포용과 소속감, 그리고 성공을 위한 지원 등의 관점에서 매 분기별로 펄스 서베이를 통해 측정하고 있다. 이 같은 피플 애널리틱스의 정량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엔비디아는 인게이지먼트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민첩하게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해결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엔비디아는 다양한 인재개발 정책과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촉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왔다. 사업적 성공과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엔비디아의 성공 사례는 인게이지먼트가 인적 자본의 투자와 생산성의 관점에서 경영활동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인게이지먼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권기범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