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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아파트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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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아파트 이름은

산업2부 박상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산업2부 박상훈 기자
2000년대 초 대형 건설사들이 '롯데캐슬'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등 아파트 브랜드를 출시하며 불붙은 네이밍 전쟁이 공공분양 아파트에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명을 자체 브랜드 '안단테(Andante)' 대신 시공사 아파트 브랜드 사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안단테 브랜드 사용을 거부하며 집단 민원에 나선 전국 안단테 단지 입주 예정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안단테는 LH가 뜨란채·휴먼시아 등에 이어 지난 2020년 10월 국민 혈세 수억원을 들여 출시한 주택 브랜드다. 당시 민간 아파트 브랜드 CF에서조차 사라진 연예인 모델까지 내세워 고급화 홍보에 열을 올렸으나 3년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LH 아파트가 품질이 좋고 유명하다면 '안단테' 브랜드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LH의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국민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품질 향상 노력도 하기 전에 브랜드 폐기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에 2021년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선언했던 LH의 혁신 행보도 불시착 위기에 놓였다. 국민들이 LH 브랜드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수한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공공분양의 당첨 문턱은 절대로 낮지 않다.

입주 모집 당시부터 '안단테' 브랜드 사용이 명시됐음에도 자산가치를 높이려는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행동에 공공기관이 스스로 칼춤 추는 망나니가 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와 같은 민간 아파트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에 뛰어들 이유는 더더욱 없다. LH의 자존심은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아닌 품질에서 지키면 된다. 고품질의 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의 주거 안정과 복지 실현이라는 의미와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다.


박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onp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