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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쉬운 한·미 정상회담 ‘반도체 해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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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쉬운 한·미 정상회담 ‘반도체 해법’은 없었다

재계, 한·미 정상회담 앞서 '반도체 지원법' 독소조항 논의 기대
대규모 한·미 경제협력에도 불구, 반도체는 원론적 입장 확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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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열 기자
12년 만의 만남이었다. 게다가 북한의 핵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만난다는 점에서 지난달 말 진행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만남 그 자체로 의미는 충분했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아쉬운 반응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s)'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아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에서는 반도체지원법 세부지침에 포함된 독소조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재무부는 앞서 지난 2월 반도체지원법 세부지침을 공개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영업기밀에 해당되는 웨이퍼 수율을 비롯해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가격 및 생산원가 등을 반도체 보조금 지원 조건으로 제시해 논란이 됐다.

특히 미 정부 산하 기관들의 요구가 있을 때는 지체 없이 생산현장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포함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을 고민에 휩싸이게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반출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는 논의 대상에서 배제됐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지공장 운영을 위해 미 행정부에 긴급 유예조치를 신청했고,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수출제한 조치를 유예받은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북핵 관련 공동대응책을 비롯해 기업투자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면서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기업투자를 보장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반도체지원법과 IRA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 같은 현안들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서만 1년 추가 유예조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당장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생존을 위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경우 당장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위기를 넘어 이미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며 비상경영에 나선 반도체 기업들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짙은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