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가정의 달'이 '걱정의 달'이 됐을까.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4인 가족이 어린이날 혹은 어버이날 한 끼 식사라도 즐기려면 최소 40만원 이상 손에 쥐어야 한다. 한 끼 식사비조차 부담스러워진 경제 상황의 짐을 정부는 기업들에 가격인상 압박 카드로 떠넘긴 상태다.
결국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가격을 인상하면 눈치 볼 것이 많아진다. 우선 '○○플레이션'이 붙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대표적 사례가 교촌치킨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0% 고꾸라진 교촌이 지난달부터 치킨 가격을 인상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치킨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나왔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파는 식품기업에는 곱지 않은 시선과 여론이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도 들어줘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주주들 눈치를 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가격인상 통제로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도 정부는 출고 가격을 올리지 말라면서 세금은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붙는 주세를 약 3.57% 인상했고, 현재 소주의 출고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절반이 넘는다. 고통을 정부가 분담할 것을 요구하나 현 정부는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가격인상 자제만이 답은 아니다. 정부는 전반적으로 세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물가상승 압박의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원료 조달 및 수입 품목의 관세 지원을 확대하거나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지원 방식도 있다. 이대로라면 '물가 쇼크'에 이어 '제조업 쇼크'가 올 가능성이 높다.
전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e787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