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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먹구름 시작된 와인시장, 위기 속 기회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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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먹구름 시작된 와인시장, 위기 속 기회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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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부 김성준 기자
팬데믹 기간 홈술 트렌드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한 와인시장이 올해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변화의 기로에 섰다. 2020년만 해도 약 8000억원 규모이던 국내 와인시장은 지난해 약 2조원대 규모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며 다시 술자리가 늘어나고, 위스키 인기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뜨거웠던 인기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장밋빛 전망만 가득했던 와인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와인 침체기’가 다시 찾아왔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통상 국내 주류 시장은 유행하는 트렌드가 특정 주종의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치곤 했다. 과거 막걸리 유행에 한 번 밀려났던 와인이 이번엔 위스키에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장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와인 수입사들에 불똥이 튀었다. 와인 유통업체 최초로 상장에 나선 나라셀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금양인터내셔날도 시장 불안요소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IPO를 미루겠단 입장을 내비쳤다.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와인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요인이다. 시장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대규모 자금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기업과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장이 변곡점을 맞은 만큼 타개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와인 업체들은 일단 와인 포트폴리오 확대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저가 와인’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성공한 전적이 있는 만큼, 신규 와이너리를 인수하고 신제품을 국내에 수입하는 등 제품 다변화로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수준인 저칼로리 와인이나 논알코올 와인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새로운 와인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과 더불어 해외와 다소 차이가 있는 국내 와인 관련 규제가 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카테고리 와인 출시를 앞두고 시장 반응을 예단할 수 없어 마케팅 전략 수립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몇몇 업체는 해외와 상이한 국내 규정으로 관련 와인 운영을 보류하고 있다.

와인 업체들의 경쟁적인 포트폴리오 확대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신규 소비자에게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광활한 맛과 향의 스펙트럼 때문에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와인 선택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와인 매장에 진열된 수많은 와인들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취향을 섬세하게 맞춰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와인이 ‘어려운 술’이란 인식을 심어준다.

위스키 시장 성장을 견인한 하이볼의 인기 요인은 ‘쉽고 가볍다’는 점이었다. 와인도 위스키와 비교하면 식사에 곁들이는 등 가볍게 즐기기 좋은 술이다.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군 확대가 와인을 ‘무겁고 어려운 술’로 만들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와인 시장에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와인 업계가 소비자에게 다가갈 전략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때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