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의 ‘국가재정 책임법’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정부는 디폴트 채무불이행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렇치만 뉴욕증시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한도 철폐로 미국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뉴욕증시의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는 이른바 클라우딩 아웃 즉 ‘구축효과’가 발생 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뉴욕증시 비트코인 주요 지표 및 연설 일정
6월6일= 경기낙관지수, 세계은행 세계경제전망보고서
6월7일=무역수지, 소비자신용, 캐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발표, 캠벨수프, 게임스톱 실적
6월8일=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 도매 재고, 미국 외국중앙은행 미 국채 보유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할인창구대출
6월9일= 없음
미국은 지난 1월 19일 부채한도 상한에 도달한 뒤 특별조치를 통해 자금을 융통해왔다. 부채한도 유예로 미국 재무부는 국채를 발행해 부족해진 국고를 채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빼서 수익률이 높은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무부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은행 위기 이후 중소 은행에서 예금이 대규모로 이탈하고 있는데 이들 은행의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JP모간은 광범위하게 계산했을 때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 이후 시장의 유동성이 1조1000억달러(약 1441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JP모간은 또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긴축(QT) 상황과 맞물려 올해 주식 및 채권 합산 수익률이 5%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그룹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씨티그룹은 S&P500지수가 두 달 동안 5.4% 하락하면서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치는 “향후 2년 동안 재정적자를 완만하게 줄이게 된 것은 긍정적 고려사항”이라면서도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교착상태와 막판 협상 중단은 부채 문제 관리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날 밝혔다. 피치는 “부채한도를 둘러싼 반복적인 정치적 교착 상태와 디폴트 예상일(x-데이트) 직전까지의 지연은 재정과 부채 문제와 관련한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지난 15년 동안 거버넌스의 지속적인 악화, 정치적 양극화와 당파성 강화, 부채한도 인상을 둘러싼 벼랑 끝 전술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부채한도를 둘러싼 벼랑 끝 대치 상황과 재정 적자 증가, 부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중기 재정 문제를 의미 있게 해결하지 못한 점 등은 미국의 신용도에 대한 하방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노동부가 2일 공개한 5월 고용보고서는 예상과 달리 미 고용이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음을 가리켰다. 5월 신규고용은 시장 전망치 19만명을 크게 웃도는 33만9000명에 이르렀다. 총 고용규모는 1년 전보다 2.5% 증가한 160만명에 이르렀다. 노동시장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워졌고, 기업들은 여전히 상당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노동시장 지표로만 보면 경기는 활황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고용을 제외한 다른 경제지표들은 미 성장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4분기, 올 1·4분기 두 분기 연속 후퇴했다. 2개 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통상 경기침체로 구분한다. 고용이 늘지만 GDP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생산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시간당 산출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4분기 노동생산성은 연율기준으로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2.1% 감소했고, 1년 전보다는 0.8%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석유시장 투기세력에 사실상 전쟁을 선언했다. 역대 사우디 석유장관 가운데 투기세력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압둘아지즈 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장관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예고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는 러시아가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우디 역시 감산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대해 압둘아지즈가 결코 예단하지 말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도 이같은 예상은 쏙 들어갔다. 그는 올 들어 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중개인들을 향해 거듭 채찍을 들고 있다. 사우디 실질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 형제인 압둘아지즈는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왕세자의 경제정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유가가 적정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압둘아지즈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에 대해 잇달아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카타르에서 열린 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내가 가진 패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나는 포커 플레이어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발언을 허투루 듣지 말라고 경고했다.
압둘아지즈가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유가는 단기적으로는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1일 브렌트유가 전일비 배럴당 1.68달러(2.3%) 뛴 74.28달러로 마감했고, 2일에는 1.85달러(2.5%) 더 오른 76.13달러로 뛰었다.
로이터통신은 OPEC+ 석유장관 회의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됐다면서 곧 추가 감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의에 앞서 3명의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하루 최대 100만배럴의 ‘깜짝’ 감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압둘라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한 포럼에서 공매도하거나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을 향해 “조심하라”며 추가 삭감을 예고한 바 있다. OPEC+는 지난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올해 말까지 20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4월엔 5월부터 160만배럴을 추가 감산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번에 100만배럴을 추가로 감산하게 되면 총 감축량은 하루 466만배럴에 달하게 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주 뉴욕증시는 지난주의 랠리(강세)를 이어가려고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도 주목된다. 지난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한 주 동안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02%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83%, 나스닥 지수는 2.04% 올랐다.
미국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뉴욕증시는 연준이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6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 몇 연준 위원들은 6월에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6월에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skip)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겸 부의장 지명자는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뛸 경우 연준이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향후 움직임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6월 금리 결정은 미국의 최근 고용 시장과 물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준의 6월 FOMC 첫날인 13일에 발표된다. 연준 위원들은 FOMC를 앞두고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