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너와 내가 엮여, 잘잘못을 따지기 치사한 상황이 많았다. 사회인의 매너처럼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 않고, 세련되게 천천히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는 어쩌어어어어면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고, 자신의 무능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승진한 상태였다. 결정적으로 내 일을 조금씩 망치고 있었다.
어떤 스타플레이어도 팀 없이 홀로 성공하지 못한다. 자신의 성공은 사실 팀에 기반한 것이지, 생각보다 기여도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자칩들은 이미 자신의 기준에서 너무나 성공했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가 귓가에 들릴 리가. 진짜 감자칩이라면 바늘로 칵! 찔러 질소를 빼고 작게 만들 텐데. 사람에게 흉기를 쓰면 안 되기에 다른 방법들을 제시해 보려 한다.
둘째는 인정시켜야만 하는 단계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감자칩의 결과물이 목표 수준을 달성했는지, 마감 기한을 지켰는지에 관해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한 결과물을 인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아니면 논문 쓰기의 '동료 평가(peer review)' 방식을 차용해도 좋다. 팀 내에서는 누구나 유능하고 신뢰받는 사람이고 싶다. 누가 되었든 이런 시간은 괴롭다. 그래서 감자칩이 너무 놀라 빵 터져버리지 않게,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는 굳혀야만 하는 단계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 "세상은 모든 사람을 깨부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부서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층 더 강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깨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죽고 만다"라고 남겼다. 피드백 직후 바로 1on1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자기 능력을 숨길 여지가 없는 역도 선수가 아니고서야 말과 글은 명백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친숙한 '부정하기', 즉 '적극적 무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리더는 최대한 사실만을 건조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사실은 나도 감자칩일지 모른다. 나에게 성취감을 안겨주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하고, 희망을 강화해주는 피드백에만 집중하는 경향은 사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하지만 감자칩은 진짜 감자들을 몰아낸다. 유능한 감자들에게 이직과 전배를 생각하게 하고, 동기와 업무 몰입을 저하시키며, 업무 부하를 높인다. 그래서 감자와 감자칩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
김다혜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