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발표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을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품 국가전략기술 확대 포함 △규제 완화로 클러스터 내 입주 기업 확대 △조세특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세제 혜택 등이 담겨 있다.
또한 바이오 제조공정을 자동화·고속화·디지털화하는 핵심 기반 시설인 국가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등 디지털바이오 인프라 확충도 추진한다. 현재 바이오 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속도를 5배 높이고 인공세포 설계와 제작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코어 인프라 구축과 운용 역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내용만 보면 정부가 획기적으로 바이오산업을 키워주겠다고 공언한 것이지만, 정작 현직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번에는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지 믿음직하지 못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당선되면 대통령직속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국무총리 산하로 바뀌었는데 아직도 컨트롤타워가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올해 5000억원을 추가 조성해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구축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역시 깜깜무소식이다. 이같이 공수표만 남발하다 보니 결국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건 육성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내놓은 정책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탁상 정책으로 나왔다. 정부는 2025년까지 혁신적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수출 전 단계에 투자할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한다고 했는데, 이는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기간이나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잡은 기간이다.
통상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소한 신약이 개발되길 기다린다면 5년 이상이 필요하다. 만약 2년 안에 나올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다면 편협한 지원밖에 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의 경우 대학과 연구소에서 나온 벤처창업자들이 근처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이미 국내에는 6개의 바이오클러스터 혹은 의료복합단지가 갖춰졌는데 또 새로운 곳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이같이 지켜지지 않은 정책과 탁상 정책이 이어지다 보니 바이오업계가 반신반의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이라도 시행해 업계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까지 육성하려면 단기적인 세제나 자금 지원이 아니라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