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에 먹는 든든한 삼계탕 한 그릇이나 계곡물에 발 담그고 먹는 수박 한 입, 땀 흘리다 들어와 시원하게 쬐는 에어컨 바람까지.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면서 여름을 밝은 계절로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조금 전에 떠올렸던 ‘소소한 즐거움’을 돌이켜보자. 서울 전문점에서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복날에 함께 모여 닭다리를 뜯기보다 집에서 조촐하게 밀키트로 해결할 생각이 먼저 드는 가격이다. 거듭된 전기요금 인상은 에어컨 리모컨을 쥐고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 때 이른 더위에 결국 에어컨을 켜게 되지만 시원한 바람이 마냥 기분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더 답답한 것은 지긋지긋한 고물가 행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러 전쟁’ 장기화나 ‘슈퍼 엘니뇨’로 인한 작황 우려 등 악재만 가득하다. 갈 곳 잃은 원망의 눈초리는 결국 기업들로 향하고 있다. 최근 곡물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한번 인상된 제품 가격은 쉽게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리드플레이션(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 상승)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제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적정 가격이 아니라면 결국 내려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언젠가는 시장에서 균형 가격이 맞춰질 터다. 하지만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동안의 고통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물가 안정책을 기업의 선의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특별한 유인이 없다면 요원한 일이다. 시장 조정자로서 물가 안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필요한 때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