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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경제 실핏줄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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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경제 실핏줄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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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유통경제부장
한국 경제 '실핏줄'로 불리는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위태롭다. 노동정책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처음으로 '1만2000원 시대'가 열릴지 여부가 2주여 내 결정될 수 있어서다. 물론 올해 최저임금의 쟁점은 업종별 차등적용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제시한 시간당 1만2000원과 올해 시급 9620원을 감안하면 1만원 돌파는 기정사실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점심 식사를 위해 동네 상권을 돌다 보면, 평일 하루 장사를 접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일례로 망원 일대만 놓고 봐도 나름 맛집으로 알려진 곳들마저 1주일 중 하루를 쉬는 주 6일 영업으로 바뀐 곳이 부지기수다. 통상 요식업은 손님이 방문했을 때 '휴무' 푯말이 붙어 있으면 재방문율이 떨어진다는 공식이 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연중무휴'로 운영하곤 했는데,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망리단길'조차 주 6일 영업이 정착되는 것이다. 영등포에서 요식업 5년차에 돌입한 A사장은 "주 7일 영업을 위해선 추가 인원을 더 구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고려하면 차라리 손님이 적은 요일에 하루 쉬는 것이 비용 면에서 낫다"는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회원 약 134만 명을 보유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인건비 부담 의견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주 5일 9시간' 350만원을 지급한다", "주휴수당 하면 시급 10380원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요즘 사람이 얼마나 귀한데" 등의 글들은 현재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비용 부담에 내몰렸는지 체감케 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 소득분배 효과를 노리면서 '최저임금 1만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문 전 대통령 첫 임기에 16.4%(7530원)란 유의미한 인상폭도 보여준다.

하지만 급진적인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동안, 국내 경기는 악화됐고 코로나19가 덮쳤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오르고 또 올랐으며 금리,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인상됐다. 인건비와 월세, 대출 이자 등 뭐 하나 틈 없이 각종 비용 부담이 심화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코로나19 후유증에 시달리며 기초체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런 마당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업종 불문 고용감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8.7%는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고, 10명 중 4명은 기존 인력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노동계의 요구대로 24.7% 인상한다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9만 명은 1인 자영업자가 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현재 소상공인들의 대출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고금리로 인한 부실위험률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질 경우 도미노식 고용악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이상 시그널은 감지되고 있다. 경기도 하남의 한 임대사업자는 "2년 새 월세 체납으로 보증금까지 모두 소진되는 상황이 많다. 소득이 준 가구들이 빚이 많아져 생계유지조차 힘들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국 경제의 실핏줄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있다. 빚으로 연명한 '골목 사장님들'은 부실폭탄을 손에 든 채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중이다. 등골 휘게 버텼지만, 벼랑 끝에 내몰리며 오늘도 빚폭탄 예고장을 받아들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자영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저임금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


전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e787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