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국민정서법'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국내 콘솔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PS, 플스)을 담당하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MS가 게이머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자꾸 보이는 게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MS가 한국 시장에서 PS를 이기기 힘든 이유"라고 말하기도 한다.
XBOX, 나아가 MS가 한국 시장에서 게임으로 소니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또 기자 한 명의 의견이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기에 게임업계 관계자 여러 명과도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눠봤고, 대부분 의견은 비슷했다. 가장 큰 이유는 XBOX의 주력 게임 대부분이 지나치게 '서구 시장'에 특화돼 있다는 점이다.
글로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일본 애니메이션과 북미 애니메이션 특유의 그림체 같은 차이점이 게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의 게임들은 사실적인 그래픽을 내세우는 반면, 일본과 국내 시장은 보다 애니메이션적인 과장된 디자인, 과장된 모션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또 레이싱 게임과 스포츠 게임에 대한 인기도도 국가와 대륙 간 차이가 크며 그것이 게임으로도 이어지다 보니 XBOX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레이싱·스포츠 게임은 생각보다 국내 판매량이 높은 편은 아니다. 같은 아시아권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오랜 기간 일본 게임이 한국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었던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어쨌거나 닌텐도까지 포함하면 이러한 게임의 특성은 더 명확해진다.
둘째로는 몇 번 기사로 언급됐던 '한국 게이머 홀대' 논란이다. MS가 유명 게임 발행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등을 자회사로 둔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MS가 콘솔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기대감이 컸다. 제니맥스 산하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는 유명 비디오게임 '둠',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을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국민 게임을 다수 출시한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인수에 나서면서 XBOX의 위용은 전과 비교가 안 되게 높아졌다.
하지만 MS의 '비장의 무기'인 베데스다의 기대작 '스타필드'는 옆나라 일본의 경우 자막에 더빙까지 얹어주는 데 반해 한국 시장에는 자막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아예 베데스다는 전통적으로 한국어를 대부분 지원하지 않았다. 게임은 명작인데 자막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게이머들이 자체적으로 한글 패치를 만들어왔다. 이쯤 되면 게이머들의 정성에 감복해 자막을 만들어줄 듯한데도 베데스다는 여전히 그러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내 게이머들도 MS의 뻣뻣한 태도에 적잖이 실망했다. 비록 베데스다가 자체적으로 퍼블리싱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해 MS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는 하더라도, 퍼스트파티의 반복되는 한국 홀대는 결국 게이머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MS의 게임 구독 서비스 'XBOX 게임 패스' 구독료가 인상된다는 점이다. MS는 8월부터 미국, 일본,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XBOX 시리즈X의 가격을 인상하고 'XBOX 게임패스', 'XBOX 게임패스 울트라'의 구독료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게임패스 구독료가 기존 월 7900원에서 8500원으로, 게임패스 얼티밋은 1만19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인상된다. 이로써 다소 저렴했던 XBOX의 장점은 거의 없어질 듯하고, 장점이던 게임패스의 매력도 얼마간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XBOX 게임패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게임에 대작이 그리 많지 않고, 게임 하나당 길게는 100~200시간씩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다 보니 매월 비용을 내고 게임패스를 구독하는 것보다 소장가치 높은 명작을 하나씩 구입하는 것이 되레 낫다는 이들도 많다.
이 3가지 단점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많은 XBOX 게이머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제는 국내 콘솔 시장도 서서히 커지고 있고, 국내 게임업체들도 'P의 거짓'이나 '스텔라 블레이드' 등 대작급 콘솔 게임을 서서히 선보이고 있는 만큼 MS도 국내 게이머들의 요구사항들을 좀 더 경청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