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때는 그런 리더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의 부족한 점을 상기시켜 주었고, 옥의 티를 찾아주었다. 그런데 뒤통수가 얼얼해진 다음 배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남은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꼼꼼하지 못하지.’ ‘앞으로 큰일에서 실수하면 어쩌지.’ 회사 일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무수한 입장 간의 부딪침이다. 그러므로 거기서 갈려 나가는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너덜너덜한 상태에서 다시 나의 부족함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과거의 문제해결지향적(problem-solving oriented) 접근법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때문에 책임 추궁과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원인에 천착하다 보면 과거지향적인 관점을 갖게 되고, 미래의 계획을 세운다기보다는 이미 나 있는 구멍을 메우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2011)의 명대사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를 생각해보자. 모든 조직에는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리더도 어떤 시스템도 구멍을 완전히 메울 수는 없다. 또 어떤 구멍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에서 긍정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그저 좋은 것, 잘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생명력을 주는 것', '조직을 살리는 것'이다. 조직에 새로운 담론을 창조해내는 생성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AI는 발견(Discovery), 상상(Dream), 설계(Design), 실행(Destiny)의 4D 단계를 거친다.
사실 긍정탐구는 컨설턴트나 시스템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상황과 구성원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4D의 과정에는 전체 조직원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조직원이 모여 서로 영향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평이 넓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으로 인한 조직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4D의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위험 회피 본능으로 조직원들의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 중에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설교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말로 훌륭한 사람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내 실패를 지켜보는 사람이다. 그 미소는 참으로 깊고 맑아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내 가슴에 뭉클 와닿는다." 결코 완벽함이 조직의 목표가 되면 안 된다. 완벽함의 불가능성을 알고 우리 조직만의 최고의 경험을 나눌 때 그제야 조직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다.
김다혜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