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적인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1년에 1회 이상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무르는 일정의 계약을 작성한 것이 화제가 됐다. 사우디관광청은 이 계약을 위해 200만달러(약 25억6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오일머니를 앞세워 전세계 인기 스타와 스포츠를 잠식해가는 사우디는 이제 게임업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는 넥슨 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명 게임사들의 지분을 속속 취득하고 있다. 가히 '오일 쇼핑'이라 부를 만하다. 현재 PIF가 보유한 일렉트로아츠(EA)의 지분은 약 9%이며 닌텐도(8.26%), 캡콤(6.09%), 코에이테크모(5.03%) 등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주식도 9.26% 보유하고 있어 김택진 대표에 이은 2대주주다.
이처럼 사우디가 게임산업에 돈을 푸는 이유는 역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PIF가 지원하는 새비 게임스 그룹(Savvy Games Group)은 중국 e스포츠 업체인 VSPO, 스웨덴 게임개발사 임브레이서 그룹(Embracer Group)의 지분도 매입했고 미국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스코플리(Scopely)를 인수했다.
새비 게임스 그룹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새비 게임스 그룹이 보유한 자금만 38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사우디에 250개의 게임 회사를 설립하고 3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무리 돈이 넘쳐나는 사우디지만 이처럼 게임에 돈을 푸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이유를 사우디의 인구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청년층이 인구 전체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녀 성비도 6:4 정도로 남자가 많다. 사우디는 젊은이는 많은데 일자리는 부족하고 남자의 성비가 높다. 게다가 게임을 즐기는 인구와 게임에 비용을 더 지불하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빈살만 왕세자도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이니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 사우디에 젊은 일자리를 대거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금은 주요 게임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스포츠 분야에서의 선례처럼 앞으로 세계 게임시장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사우디 신생 게임사가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성장한다면 사우디의 게임산업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해외에서의 투자로 보이지만 앞으로는 경영권 분쟁과 사우디 게임사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의 투자가 마냥 기분 좋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