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박사 진단] 재닛 옐런 중국 방문 "초라한 성과"…뉴욕증시 비트코인 실망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0

[김박사 진단] 재닛 옐런 중국 방문 "초라한 성과"…뉴욕증시 비트코인 실망

투키디데스 함정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미지 확대보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미·중 갈등의 한 복판에 끼어들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뉴욕타임스( NYT) 는 재닛 옐런 중국방문 성과에 대해 그야말로 "깡통"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NYT보도에 뉴욕증시 비트코인에서는 실망의 기색이 완연하다.

NYT는 "옐런 방중, 미·중 관계 돌파구·합의 발표 없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옐런 장관이 수년간 악화한 미·중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베이징에 도착해 여러 중국 관료를 만났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긴장에서 의미 있는 완화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옐런 장관은 양국 간 지속적 균열을 개선하기 위한 어떤 돌파구나 합의를 발표하지 않은 채 워싱턴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에 부과된 미국의 고율 관세, 미국의 첨단 반도체 대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중국의 미국 기업 마이크론 제재와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 양국 현안에는 제대로 접근 조차 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베이징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만나 악수할 때 연신 고개를 숙인 일도 구설에 올랐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분야 '최측근' 참모이자, 자신의 대화 상대방인 허 부총리와 악수하면서 3차례 허리를 굽혀 예의를 표했다.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악수한 허 부총리와 대비됐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이 외교적 실책을 범했다"며 "미국의 나약함을 드러낸 신호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참모였던 브래들리 블레이크먼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관리는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는다"며 "마치 (교수가) 총장실에 불려 간 것 같았는데 이는 정확히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풍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적을 대할 때 머리를 조아려서는 안 된다"며 "이 행정부(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우리는 우리의 나약함을 점점 더 드러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우리가 효과적인 지렛대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취임 이후 첫 중국행을 마치며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재앙"이라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3박 4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9일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옐런 장관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다시 한번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디커플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옐런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중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무대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옐런 장관은 지난 7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우리는 다양화를 추구하지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라며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의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그러면서도 "미·중간에 중대한 이견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견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중국의 새 경제팀과 내구성 있고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만드는데 이번 방문의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급망 등 디커플링 문제와 관련된 양국의 시각차를 좁히는 소통이 향후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이번 방중 기간 시진핑 3기 내각과의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등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지으며 내세운 핵심 경제라인과 잇따라 회동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팟캐스트 마켓플레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조치가 명확하고 투명하며 대상을 좁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데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이는 그들이 이해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등에 대응한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 “나는 중국에도 유사한 제한 조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국가안보가 핵심적인 관심 사항이기 때문에 양국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추구하고 있다는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 미·중간 무역 규모를 언급하면서 “경제 활동 대부분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며 국가안보 관점에서도 완전히 논란이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재정부는 같은 날 홈페이지에 질의응답 형식의 글을 올려 “근래 미국은 일련의 대(對)중국 경제 제재와 억압 조치를 내놓음으로써 중국 시장 주체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양국 관계에 관한 민의의 기초를 파괴했다”면서 “미국이 부과한 경제 제재에 대한 중국의 ‘중대한 우려’를 전하고 미국에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관세 추가 부과 취소 △중국 기업 탄압 중지 △양국 상호 투자에 대한 공평한 대우 △대중국 수출 통제 완화 △신장위구르자치구 생산물 금수조치 취소 등 문제에 관한 우려를 재차 표명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이나 컨설팅업체에 대한 중국의 제재·강제 조사가 '비(非)시장적 접근'이라는 미국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재정부는 “중국 측은 시종 시장화·법치화·국제화된 일류 사업 환경 조성 가속화에 힘써왔다”면서 “'법에 따라 재산권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했으며, 외자기업을 포함한 각 시장 주체를 차별 없이 공평하게 대했다'고 옐런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부연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미·중 관계가 ‘신냉전’에서 ‘소통과 교류’로 관계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의 실마리는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다른 미국 측 인사들의 방중도 잇따라 추진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점진적인 관계 회복의 길은 열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내고 “옐런 장관 방중의 목표 중 하나였던 ‘회복력 있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 구축’은 대체로 실현됐다”면서 “양측은 우선 경제 영역에서 전략적 소통을 정상화하기 위한 동력을 진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중국 일정을 마무리하며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을 언급했다. 이는 하버드대학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말한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맥락이 이어진다. 엘리슨은 미국과 중국이 현재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서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 상황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스내에서 패권을 쥐고 있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부상하던 도전세력 아테네를 견제하면서 빚어진 구조적 긴장상태에서 전쟁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엘리슨은 이 구조를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초강대국과 도전세력의 충돌사례에 적용했다. 그 결과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에서 12차례나 전면전으로 이어졌다고 서술했다. 강대국들이 긴장관계에 빠져들면 평화적인 공존보다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은 4번의 사례에는 15세기말 세계제국과 무역을 놓고 경쟁했던 포르투갈(지배세력)과 에스파냐(신흥세력), 그리고 20세기초 세계경제 지배와 서구세계에서의 해군력 우위를 놓고 경쟁한 영국과 미국, 2차 세계대전 종식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던 미국과 소련의 패권경쟁, 마지막으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영국과 프랑스(지배세력)과 독일간 유럽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경쟁 등이 포함된다.

지금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미국과 중국 모두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해 상대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복합적 질서'가 창출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양국에 재앙이 되고, 세계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고 이번 협의를 통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2013년 6월 국가주석으로 등극한 뒤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한 말을 떠오르게 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이어 가고자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