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중국이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3%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중국의 2분기 GDP가 작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 4.5%는 넘었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앞서 뉴욕증시에서는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1%로 추정했다. 지난해 2분기 중국 경제가 코로나 봉쇄로 참담한 실적을 보인 사실을 감안할 때 역기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역기저 효과를 감안할 때 올 2분기 6.3%을 참사 수준이다. 리오프닝 효과는 고사하고 디플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실업률은 5.3%로 1분기에 비해 0.2%포인트 내렸다. 6월의 실업률은 5.2%로 전달과 같았다. 청년 실업률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의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5월 실업률 20.8%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16.7%에서 올해 들어 계속 상승해 4월에 20.4%를 기록, 사상 처음 20%를 돌파한 데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새로 썼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7∼8월 신규 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 가세하면 더 오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전반적인 회복 동력이 약해지면서 부양 조치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높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지출, 소비와 민간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일부 부동산 정책 완화 등의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양에도 강력하고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코로나19 방역이 매우 엄격했고 부동산과 기술 부문의 규제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데 비해 중국은 오히려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이 그만큼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미중의 정반대 경제 상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속적인 미중 갈등으로 이미 취약한 세계경제의 회복을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1% 증가해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CPI는 10개월 연속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인플레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차이는 미중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접근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를 맞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트렸다. 이에 비해 중국은 코로나19에도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40년래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겪은데 비해 중국은 인플레이션이 크게 올라가지 않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됐지만 중국은 오히려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수입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지 않았었다.
중국에서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제로 코로나'를 폐기하자 올 초 경기가 급반등했었다. 이후 경제 재개로 인한 보복 소비 모멘텀이 줄면서 4월 들어 중국의 거시지표는 크게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수요 진작을 위해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할 형편이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서로 극명하게 다른 경제상황으로 양국이 서로 정반대의 경제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어 세계 경기 회복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올해 하반기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총재는 이날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광의 통화량(M2) 흐름과 경제 성장 기조로 볼 때 디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 부총재는 CPI 상승률이 7월에는 낮겠지만 8월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전체적으로는 U자형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1∼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에 그쳤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5.4% 떨어지는 등 작년 10월 이후 마이너스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 류 부총재는 "올해 상반기에는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낮춰 정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상반기 유동성은 합리적이고 충분하며 신용대출 구조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상반기 첨단기술 제조업의 중장기 대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1.5% 성장했다는 점을 대출 구조 개선의 근거로 들었다. 류 부총재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첨단기술 기업을 위한 지원을 개선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은행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란 인민은행 화폐정책국 국장도 은행들이 신용대출 규모를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과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 공급 변화를 고려해 부동산 정책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류 부총재는 앞으로도 '온건한 통화정책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경기 대응 조정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지급준비율, 중기 정책금리 조정 등과 같은 정책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은 부양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 왔다고 평가했다. 최근들어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다시 부양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증가로 부양책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적어도 겉으로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속으로는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 디플레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