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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유지 vs 철수…‘계륵’ 같은 중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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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유지 vs 철수…‘계륵’ 같은 중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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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열 재계팀장
계륵(鷄肋)을 한자로 풀면 '닭갈비'다. 자그마한 살점이 붙어있긴 하지만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할 뿐, 먹기에는 애매하다.

이런 계륵이 아주 유명해진 것은 '삼국지'의 조조 때문이다. 기원전 200년경, 익주를 얻은 유비가 한중을 차지하기 위해 올라오자, 이에 맞서 조조가 한중에 진출하며 대치전이 펼쳐졌다. 반년이 넘는 대치와 전투로 양측이 지쳤지만, 소모전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조조가 저녁 식사로 나온 닭고기 요리를 먹다 암호로 "계륵"을 말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행군주부 양수가 철군을 준비했고, 다음 날 조조군은 한중에서 빠르게 피해 없이 철수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계륵이란 고사가 이번에는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에 공장을 운영 중인 업체들이 중국 공장을 놓고 고민에 휩싸여서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을 시작으로 투자제한, 기술교류 금지 등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일본과 손을 잡고, 최근에는 유럽연합(EU)도 대중국 공세 진영에 포함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결정에 대해 "자유무역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요원한 상황이다. 반도체 희귀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제한에 나서는 정도가 그나마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패로 해석된다.

문제는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가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고집 사이에서 K-반도체는 새우 등 터지는 존재가 돼가는 모습이다.

두 거인의 패권 경쟁에 K-반도체 기업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무 자르듯 미국과 중국 중 딱 한 국가만 선택할 수도 없다. 미국을 선택하면 중국이 반발할 것이 자명하고, 중국을 선택하면 미국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게 필연적이다.

먼저 미국을 선택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인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된 공장과 설비를 모두 내려놔야 한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연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사라질 수 있다. 전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중국을 선택하는 것도 불안하다. 반도체 원천기술을 대부분 미국과 미국 내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척을 지고 중국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것은 K-반도체의 미래를 버리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계륵' 그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먹을 게 없음에도 여전히 닭갈비가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계륵은 단백질이 풍부하지 않아도 부족하진 않다. 이처럼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중국 내 공장에서는 범용 반도체를 생산해 현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운영도 이어가는 게 현실적이다.

또한 계륵은 상황에 따라 살점이 많이 붙는 닭갈비로도 변신할 수 있다. 당장 미·중 패권 경쟁과 제재 수위가 강화되고 있지만, 업황 회복기에 접어들게 되면 정세가 변모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초래된 후폭풍은 향후 인도·러시아·동남아 등 여러 곳에서 언제라도 현실화할 수 있다.

해결책은 결국 정부와 기업의 역량 강화가 원론적인 정답이다. 다시 '계륵'의 고사를 역사적으로 보면 조조는 결국 한중에서 물러났지만, 사후에 아들인 조비를 통해 치밀한 준비와 계획 끝에 한중과 파촉을 정벌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