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비빔밥집을 운영하는 60대 권모 씨의 시름 섞인 말이다. 재료 사러 장에 가는 게 무섭다고 할 만큼 치솟은 재룟값에 허리가 휜다는 요즘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여름 장사’ 나기가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요금·가스요금·인건비까지 안 오른 것을 찾는 게 더 쉬운 요즘, 고물가에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손님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7월 말부터는 여름휴가가 이어지는 기간이라 가장 활기가 띠는 점심 장사도 공치는 날도 있다.
더욱 이 여름이 싫은 것은 이 기간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9260원)보다 2.5%(240원) 오른 금액이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제 불황을 겪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인데 현장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시간당 1만원을 넘겨 자영업자들도 더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이후 7년 동안 최저임금이 52.4% 인상된 데 대한 부담으로 보인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이번 협상에서 ‘동결’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계에 치우친 협상이 반복되다 보니 자영업자의 불만은 머리끝까지 쌓였다.
덕분에 내년에 있을 2025년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최저임금 줄다리기는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초미의 관심사였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내년으로 미뤄지며 이 같은 분위기는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협상 시즌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진통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것은 한국 경제 실핏줄인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지역 경제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에서만큼은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중추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허리가 휘도록 버틴 소상공인들의 기초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서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협상은 돌이키기 힘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