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디폴트 사태에 긴장하고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금값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 가상화폐도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컨트리가든의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월가의 금융사들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컨트리가든의 달러 표시 채권 3억5190만 달러(약 47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HSBC와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컨트리가든 채권을 각각 3억4360만 달러, 3억100만 달러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델리티(1억8710만 달러)와 JP모건체이스(1억1600만 달러) 등도 투자했다. 컨트리가든 채권을 많이 보유한 10개 기관투자가의 투자 규모 합계는 17억6230만 달러(약 2조3600억원)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25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앞으로 30일 후에도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 처리된다. 컨트리가든이 채무 구조조정을 하면 역외 채권자는 국내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놓여 제대로 보상받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도미노 디폴트가 발생하면 글로벌 증시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2015년 여름 상하이증시 폭락이 뉴욕증시 조정으로 이어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상하이증시는 중국 저성장 우려 등으로 6월부터 8월 말까지 약 40% 폭락했다. 그해 상반기 강세이던 뉴욕증시도 하반기 중국 증시 여파로 조정받으며 다우지수가 연간 기준 2.2% 하락했다.
중국발(發) 경제 위기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1950년대 마오쩌둥 집권기 이후 70년 만에 최악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6.4%에서 4.8%로 낮춰 잡았다. 내년은 4.2%까지 내렸다. JP모건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중국은 지난해 3.0%에 이어 3년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게 된다. 이는 마오쩌둥 집권기(1949~1959년) 이후 70년 안팎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JP모건뿐만 아니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4%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증권은 기존 5.5%에서 5.0%로 내렸다. 스탠다드차타드(5.4%), UBS(5.2%) 등 일부 기관들은 이전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중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뉴욕증시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투키디데스(Θουκυδίδης)가 한 말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현자인 투키디데스는 '필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유명한 교훈을 남겼다. 요즈음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투키디데스의 통찰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지금 지구촌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경제 위기로 영일이 없다. 물가 폭등과 금리 인상 속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다. 중국에서는 급기야 부동산 회사들이 잇달아 디폴트 사태를 빚고 있다.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우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떠올린다. 리먼브러더스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우리는 위기의 본질과 그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중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란 미국 뉴욕증시의 메이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2008년 9월 15일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야기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말한다. 당시 리먼브러더스의 부도 규모는 무려 6130억 달러였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 경제는 10년 이상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10여 년에 걸친 세계 경제의 장기 부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파산 당시 리먼브러더스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으로 위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이 한날한시에 무너지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리먼브러더스는 1850년 설립됐다. 뉴욕증시 리딩 투자은행으로 160년 동안 글로벌 주식 채권 인수 및 중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중개, 사모펀드 운용, 프라이빗 뱅킹 등을 담당해 왔다. 계열사로는 리먼브러더스 은행, 노이버거 베르만, 오로라 론서비스, SIB모기지 등이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지목된다. 서브프라임(sub-prime)이란 신용등급이 낮은 모기지 상품을 말한다. 서브프라임은 정상 대출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 대출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말한다. 미국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중 신용점수 620점 이하의 비우량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면서 발생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닷컴 버블 붕괴 및 9·11테러 대응으로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다.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면서 주택가격 버블 현상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진 것이다. 부동산 버블로 미국의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엄격한 검증 없이 대출이 마구 집행됐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기반으로 발행된 MBS(부동산담보증권)와 MBS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인 CDO(부채담보부증권) 같은 상품들이 잇달아 나와 자금 조달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은 늘어만 갔다.
그 버블은 2006년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대출상환 능력이 부족해진 서브프라임 대출들이 디폴트되면서 은행들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담보를 처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주택가격은 더욱 빠르게 하락했다.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자산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에 투자했던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심화됐다. 2008년 9월 미국의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모기지 투자에서 입은 손실로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켰다.
리먼브러더스는 독일계 유대인인 헨리 리먼, 에마누엘 리먼 그리고 메이어 리먼 삼형제가 1850년 세운 회사이다. 리먼브러더스는 초기에 면화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맏형 헨리가 1855년 병사하자 나머지 두 형제는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그 뒤 철도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금융업을 시작했다. 1929년 미국 대공황과 금융위기에도 벤처캐피털 사업으로 살아남았다. 1970년대 중반 살로몬브러더스, 골드만삭스, 퍼스트보스턴에 이어 4위의 투자은행으로 올라섰다. 2008년 파산 신청을 할 당시 리먼브러더스홀딩스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의 뒤를 이은 미국 4위의 글로벌 금융서비스 업체였다. 리먼버러더스는 당시 투자금융, 자산경영, 개인금융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리먼브러더스홀딩스의 주요 계열사로는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 Inc.), 노이버거 베르만(Neuberger Berman Inc.), 오로라 대출서비스(Aurora Loan Services, Inc.), SIB 모기지(SIB Mortgage Corporation), 리먼브러더스은행(Lehman Brothers Bank), 이글에너지파트너스(Eagle Energy Partners), 크로스로즈그룹(Crossroads Group)이 있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런던과 도쿄에 거점본부를 운영했다.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대규모의 고객 이탈, 주가 손실, 자산가치의 하락이 이어졌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되었다. 같은 해 9월 16일 바클레이스 그룹은 리먼브러더스홀딩스의 북미지역 투자은행 및 거래 부문과 뉴욕 본사 건물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9월 20일 미국 정부가 이를 승인했다. 그해 9월 22일 노무라홀딩스는 일본, 홍콩, 호주에 있던 리먼브러더스홀딩스의 아시아지역 프랜차이즈와 함께 유럽과 중동의 투자금융 및 자산경영 부문의 매입 의사를 밝혔다. 리먼브러더스는 또 계열사인 노이버거 베르만을 자산운영업체인 베인캐피털파트너스(Bain Capital Partners)와 헬만앤드프리드먼(Hellman & Friedman)사에 분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9·11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닷컴 버블과 9·11사태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를 이용해 주택대출을 확대했다. 이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신용과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도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도 창궐했다.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통해 구입한 주택의 저당권을 활용해 ‘주택저당증권(MBS)’이라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냈다. MBS는 쉽게 말해 집의 저당권을 재판매하는 금융상품으로 미래에 받을 채권을 미리 현금화하는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MBS는 다시 채권과 섞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어냈다. MBS와 CDO는 각종 채권의 출처를 파악해내기 힘들고 그 리스크를 미리 발견해 내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던 와중에 연준은 물가 폭등과 경기 과열을 막겠다면서 금리인상에 나섰다. 2006년 6월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은 모기지 대출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모기지 대출금리 상승으로 주택대출금 상환 부담이 증가해 연체율이 급증했고, 압류 처분당하는 대출자가 급증했다. 특히, 저금리 환경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모기지 관련 고수익 파생금융상품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의 가치가 하락했고, 여기에 투자했던 대형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급증해 신용경색이 심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위기는 빠른 속도로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했다. 금리인상으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는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파산하여 길거리로 내몰렸다.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는 MBS·CDO 등 파생금융상품을 사들인 리먼브러더스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회사를 순식간에 파산 위기로 내몰았다. 그때부터 세계 경제는 10여 년에 이르는 장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봉착하였다.
2007년 2월 세계 시가총액 3위 은행인 HSBC가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부실 채권에서 105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했다. 2007년 7월에는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헤지펀드 두 개에 대해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서브프라임 사태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가 직접 운영하는 두 개의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증권화 상품에 주로 투자했는데 대규모 투자손실로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해 8월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손실의 우려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와 가치산정을 일시 중단했고,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발 신용경색 우려가 유럽에까지 현실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2008년 들어서는 MBS와 CDO 등의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미국 채권 보증업체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어 신용경색이 확대됐다. 채권보증업체 부실은 CDS 시장으로 전이됐고, 이후 미국 모기지 보증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각각 1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하기로 했다.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대형 금융기관들의 부실과 파산으로 미국과 글로벌 증시는 재차 폭락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미국은 부동산 거품 붕괴와 투자 손실로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가계 자산이 증발하였다. 리먼브러더스는 뉴욕증시 투자은행 중 채권 및 모기지 관련 투자가 특히 많았다. 수입 중 상당 부분을 M&A 관련 서비스에서 창출했다. 레버리지(Leverage)가 높았던 만큼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위험해질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2007년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추가 투자가 없을 경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2008년 6월 한국의 산업은행이 M&A 입찰에 참가했다. 인수 가격을 조율하던 중 2008년 9월 10일 전격적으로 M&A를 무효화하기로 했다. '협상 결렬' 소식이 보도된 날 리먼브러더스 주가는 하루 만에 45% 폭락했다. 리먼브러더스는 결국 현지 시간 2008년 9월 14일 파산을 선언했다. 그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게 됐다.
파산 이후 리먼브러더스의 북미 지역은 바클리스캐피털이, 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의 일부는 일본의 노무라증권이 인수했다. 노무라는 리먼의 자산을 인수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할 기회로 삼고 과감히 베팅했지만, 인수 직후 유능했다던 우수 인력들이 대거 회사를 이탈해버린 영향으로 흑자보다는 적자를 기록할 때가 더 많았다. 리먼을 인수해서 노렸던 해외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실패했다. 바클리스도 답이 없다고 생각해 내놓았던 일부 유럽 지역까지 야심 차게 인수했던 노무라는 유로존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한파까지 겹치자 2016년엔 사업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부동산을 포함한 북미 지역의 리먼 자산을 17억5000만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는 데 성공한 영국의 바클리스는 당장 1년도 지나지 않아 30억 달러가 넘는 순익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바클리스를 유럽 내 최대 수준의 금융그룹 중 하나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리먼에 투자했던 여러 투자자들도 함께 고통을 겪었다. 가장 크게 당한 곳이 AIG이다. 리먼이 서브프라임 신용도 모기지들의 위험을 분산하면서 부도가 났을 때 보상받을 수 있게 만든 보험(CDS)을 AIG가 상당 부분 인수하고 있었다. AIG로서는 보험료 수입을 누리고 리먼브러더스의 경우는 손쉽게 고위험 고수익 투자안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AIG는 파산 직전에 구제금융을 통해 국영화되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규모 파산으로 등재되었다.
악몽의 리먼 사태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이다. 중국이 이 위기를 과연 수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