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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 건설사, 탈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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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 건설사, 탈출구가 없다

최성필 산업2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성필 산업2국장
“올해 상반기에 분양한 곳이 하나도 없다. 인건비, 자잿값, 금융비용 등 공사비는 상승했는데 분양가를 무리하게 올릴 수도 없어 신규 주택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려왔던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하락으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에 줄도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된 지역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미분양 등 삼중고가 겹치며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중 지난 1년간 자진해서 문을 닫은 건설사가 3200곳이 넘었다.

이런 상황의 발단은 고금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채로 정부가 위험 수위라고 판단하는 6만2000채를 크게 넘어섰다. 이 중에서 84%가 지방에서 발생한 물량이다.

미분양 물량이 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버티기가 어려워진다. 미분양으로 인해 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시공사 재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 사업은 보통 프로젝트파이낸싱(PF‧아파트 등을 개발할 때 향후 들어올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대출받는 것)으로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PF가 사실상 중단됐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PF 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금융권의 PF 대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건설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한 40개 업체의 사업장 233곳 중 31곳(13.3%)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도 건설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대부분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이처럼 미분양과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국내 주택사업이 어려움을 맞고 있는 가운데 매출 원가율마저 높아지면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수주 공백이 길어지고 PF가 중단돼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현 상황에서 잘못 수주했다가 고금리에 발목이 잡혀 미분양 물량만 쌓일 수 있다. 또 PF 대출을 안고 가는 것도 부담이다. 거기에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건설사의 주택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연말까진 이미 분양된 성과를 바탕으로 매출 성장이 이어지겠지만, 내년엔 대부분 건설사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올해 주택사업을 최소화하고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건설업계의 ‘이제 주택사업은 남는 게 없는 장사’란 볼멘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