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구이위안 사태도 일본 엔화 환율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일본 외환시장에 따르면 비구이위안 차이나 쇼크이후 엔화 매수가 유입, 환율이 달러당 145엔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성장률은 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전분기대비 0.6%)과 비교하면 무려 2.5배에 달한다. 일본은 1분기에도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연간 성장률이 25년 만에 한국을 역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증시 투자은행(IB)들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일본(1.4%)보다 0.3%포인트 낮다. 2분기 GDP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가 호전되면 엔화가치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학 개미들도 이점을 노려 그동안 엔화를 매집해왔다. 엔화는 그러나 거시경제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엔화 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17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46엔대로 올라섰다. 작년 11월 이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자 올해 들어 최고치다. 작년 9월 일본 정부가 약 24년 만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의 환율(1달러당 145.9엔)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전망과 추가 금리 인상 관측 확산으로 미일 양국 간 금리차 확대를 예상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흐름이 시장에서 강화되면서 엔저가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 조작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한선을 사실상 1%로 확대하며 통화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지만 양국 간 금리차에 따른 엔저 흐름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뉴욕증시에서는 일본 정부가 구두 개입에 이어 다시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설 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최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의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달러당 엔화값이 146엔 선을 뚫으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의 엔저 흐름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일 금리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진 영향이 크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일본은 마이너스 단기 정책금리(-0.1%)와 함께 0.6% 수준의 장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지만 일본은 3가지 이유로 상당 기간 ‘나홀로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4.2%로 4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올해 6월에는 3.3%로 오름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또한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은 내년 1.9%, 2025년 1.6%로 물가 목표(2%)를 여전히 밑돈다. 일본에선 인플레이션보다 물가상승률이 2%에 못 미치면서 뒤따르는 경기침체를 더 우려한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금리를 올리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 부채는 1026조엔 이상이다. 국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데만 연간 25조엔을 쓴다.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2025년부터 연간 국채 이자 비용이 3조6000억엔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 부채의 절반 이상을 일본은행이 짊어지고 있어 금리가 오를 경우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행은 그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시장에서 국채를 마구 사들여왔다. 일본은행의 국채보유 비중은 대규모 금융완화 직전인 2013년 1분기 11.5%(125조엔)에서 올해 3월 말 53.5%(583조엔)로 확대됐다. 2013년부터 무이자로 발행한 10년물 국채 만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중에만 국채를 최소 40조엔 규모로는 발행해야 할 텐데 장기금리 상한선을 1%로 올린만큼 앞으로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불안한 성장세다. 일본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깜짝’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본의 2분기 개인 소비는 전분기 대비 0.5% 줄었다.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다간 되살아나는 경제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일본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은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며 “시장에선 일본은행의 본격적인 정책기조 전환은 대체로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도 1340원을 돌파했다. 중국발(發)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원화값은 이달 들어서만 60원 가까이 급락했다.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56.2원 떨어졌다. 지난 1일 1283.8원에 거래를 마친 환율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주 1330원을 돌파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자, 달러화 매수 심리가 강해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기는 물론, 양국 외환·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경제가 올해 연착륙(soft landing·부드러운 경기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은 침체 우려가 커졌다.
중국은 부진한 경기로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내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부도) 위기가 부각되고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침체의 신호로 해석돼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만큼 엔화환율도 언젠가는 전환을 할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점이다. 중국발 부동산 쇼크로 미국 달러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일본 엔화환율의 상승기조가 이어질 갓가능성이 있다. 중국 차이나 쇼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일본 엔화환율도 용트림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