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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절벽'보다 무서운 '정부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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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절벽'보다 무서운 '정부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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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부 김성준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안전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연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현재까지 국내산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고 있으며 국민 안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국민 불안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검증’을 강조하면서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위험을 과장하는 것을 ‘가짜뉴스’와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이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데다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당장은 명확하게 밝혀낼 방법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오염수 방류 영향이 제한적이며 수산물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더라도 이를 직접 섭취하는 소비자의 거부감은 별개라는 점도 문제다. 자칫 ‘방사능 공포’가 확산될 경우 일본산 수산물을 넘어 수산물 전반의 소비가 위축되는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수산물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이 현실화하면 직접적인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은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인 안전검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원재료 수급에서부터 제품 제조 전 과정을 살펴보는 한편 검사 횟수도 늘리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원재료에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거나 일본산 수산물 사용을 배제하는 등의 조치가 자칫 정부 정책에 거스르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가격 인하와 관련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괜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물론 이는 일부 업체에서 단순한 기우를 품은 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이 직접적인 매출 감소보다도 정부 심기를 더 걱정하는 상황이 된 것은 절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 정부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