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생산량이 대폭 감소할 위기에 처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석유 수출길을 본격적으로 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OPEC+의 대규모 감산에 맞서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외교 관계를 끊었던 베네수엘라 구슬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뉴욕증시의 메이저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르는 조건으로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자국에서 유일하게 철수하지 않은 미국 정유사 셰브런의 현지 석유 생산이 허용될 경우 그 대가로 야권과의 대화를 재개할 예정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연임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휘말려 이듬해 미국과 단교했다. 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내 미국 정유사 철수 등의 경제 제재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 WSJ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올 3월부터 베네수엘라와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며 “바이든 정부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량 부족에 따른 정치적 압력을 반영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공식 행정부 수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연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는 마두로 행정부에 대규모 제재를 가하며 후안 과이도 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과이도 임시 대통령' 체제는 4년 동안 이어졌다. 이같이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는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2022년 2월30일 퇴진하며 종료됐다. 과이도 임시 대통령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군부와 국영석유회사 PDVSA를 손에 넣은 마두로 행정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또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지휘하는 야권은 지난 2021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결속력을 잃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베네수엘라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년반 임기 동안 양국(이란·베네수엘라)과 제재 해제 논의를 이어왔다. 이란과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외교 작품인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베네수엘라와는 PDVSA-셰브런(Chevron) 합작법인 운영을 논의해왔다. 이란(세계 4위)과 베네수엘라(세계 1위)가 거대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해제·완화를 고심해왔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셰브런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생산 재개를 일시적으로 허가했다. 당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셰브런 측에 6개월 사업권을 부여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신 이란 제재 완화를 검토했다. 부통령 시절 JCPOA를 체결하는 등 대이란 외교에서 성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란과 달리 베네수엘라 원유가 대부분 중유라는 점도 미국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했다. 초경질유(콘덴세이트)인 이란산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베네수엘라산 중유보다 인기가 높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해 8월 JCPOA 복원안에 합의한 이유다. 그중 이란은 관계개선속도가 늦다. 이란과 달리 베네수엘라의 국내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베네수엘라 대다수 국민이 자국 화폐 대신 미국 달러를 사용함으로써 인플레이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추가 유정 시추에 나선다. 셰브런은 이미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와 합작법인 4개사를 운영중이다. 베네수엘라는 외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 시 합작법인 설립을 의무화한다. 셰브런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제재를 대폭 완화할 경우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3000억배럴 규모로 전 세계 1위다. 그럼에도 미국과 오랜 기간 반목한 베네수엘라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75만배럴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다수 서방국들의 관측이다. 셰브런은 지난 5월 베네수엘라에서 일일 13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이는 셰브런이 지난해 10월에 비해 약 두배 증산에 나선 것이다. 셰브런의 증산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셰브런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생산 재개를 일시 허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셰브런 측에 6개월 사업권을 부여했다.
28일 뉴욕유가는 중국 정부의 시장 부양책과 멕시코만에서 북상하는 열대성 폭풍의 영향을 주시하며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7센트(0.34%) 오른 배럴당 8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3거래일 연속 올랐다. 3일간 상승률은 1.53%에 그친다.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거래 인지세를 15년 만에 인하했다는 소식이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를 높였다. 중국 재정부가 28일부터 인지세를 기존 0.1%에서 0.05%로 인하하고,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기업공개(IPO) 속도를 늦추고, 대주주의 지분 축소를 추가로 규제하고, 증거금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의 시장 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인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3등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달리아가 29일 플로리다의 걸프만에 도달하기 전에 최소 3등급 허리케인으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증시는 이번 주 후반 나올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와 고용 보고서를 앞두고 오름세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지난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소화하며, 이번 주 예정된 물가 및 고용 보고서를 주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잭슨홀에서 가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해왔던 수준이라는 평가에 안도 랠리가 나왔다.
뉴욕증시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1일에 나올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6만5천명으로 지난달의 18만7천명에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업률은 3.5%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 상승률은 4.4%로 전달의 4.36%에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용이 둔화하더라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 연준의 관망세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8월31일에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나온다. 뉴욕증시 이코노미스트들은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달보다 4.2% 올라 전달의 4.1% 상승에서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을 시사하고 있어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가량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20%가량으로 보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