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Bad)뉴스’가 연일 뉴욕증시를 끌어 올리고 있다. 뜨거웠던 미국 노동시장이 점차 둔화되고, 경제성장률도 소폭 하향됐다는 약한 경제 데이터를 두고 투자자들은 ‘굿뉴스’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긴축 싸이클 종료를 선언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이다. “배드뉴스는 굿뉴스" 분위기속에 악화된 지표가 나오면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줄면서 뉴욕증시는 거꾸로 환호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 영향을 준 것은 전날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이어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데이터다.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뉴욕증시가 상승한 것이다, 미국 ADP에 따르면 미국의 8월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대비 17만7000건이 늘었다. 이는 7월(32만4000건→37만1000건 수정) 대비 대폭 줄어든 수치다. 뉴욕증시 다우존스 예상치인 20만건도 크게 밑돌았다.코로나 팬데믹 이후 크게 증가했던 여가·접객업종 고용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1년 전 대비 임금 증가율은 5.9%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연율 2.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달 전 속보치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뉴욕증시 월가 전망치(2.4%)도 하회했다. 이 또한 배드뉴스였으나 뉴욕증시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민간 재고투자와 기업 투자활동을 나타내는 비거주용 고정투자가 하향 조정된 게 잠정치 하향에 반영됐다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잠정치는 속보치 추계 때는 빠졌던 경제활동 지표를 반영해 산출한다.미국 상무부는 수출, 거주용 고정투자, 민간 재고투자 등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3차례 나눠 발표된다. 이날 발표는 잠정치로 향후 확정치에서 수정될 수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9월1일 발표예정인 비농업 고용지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 고용지표에 앞서 이날 발표된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8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7천개 증가해 7월 증가치(37만1천개)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그동안 연준은 노동시장 과열이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아왔다 그런만큼 고용지표가 악화되면 연준은 금리추가인상의 부담을 덜수있다. 이 또한 배드뉴스가 굿 뉴스인 셈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민간 고용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우려가 완화돼 상승했다. 3대 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고용 시장이 둔화하는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한 모습을 보여줘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뉴욕증시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노동부의 8월 비농업 고용은 전달보다 17만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달의 18만7천명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실업률은 3.5%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표가 부진하게 예상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3%까지, 10년물 금리는 4.09%까지 밀렸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모두 8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이 오히려 추가 긴축 위험을 낮춘다는 점에서 주식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약한 지표는 연준의 매파들을 한쪽으로 비켜나게 하고 9월의 동결 기대를 강화하고 있다. 11월에도 인상이 없을 가능성을 좀 더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8.5%,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11.5%에 달했다. 11월 회의까지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은 46%가량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57포인트(3.94%) 하락한 13.88을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바라는 적당한 고용시장 둔화가 이뤄지면서 미국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 않은 ‘골디락스’에 진입하고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올해 7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80만건으로 나타났다. 6월(958만→916만건으로 수정)보다 36만건이 감소했고 월가 예상치(946만건)보다 낮았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22년 3월 구인건수가 1200만개로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타이트’한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건수도 준다는 건 의미가 크다. 직원들을 덜 뽑으면서 기존 인력을 비축(hoarding)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임금 상승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임금상승 가능성은 연준의 ‘피봇’(긴축정책서 전환)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다.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배드뉴스였다. 콘퍼런스보드(CB)는 29일(현지시간) 8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117→114로 수정)보다 크게 하락한 106.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 예상치인 16.0도 크게 밑돈 것이다. 특히 소비자 신뢰를 따지는 응답 중 하나인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에 대한 응답자는 전월보다 2.8%포인트 증가한 14.1%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드뉴스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배드뉴스에도 한계는 있다. 배드뉴스가 나올때마다 뉴욕증시 주가는 올랐지만 그 상승폭은 제한됐다. ‘배드뉴스’의 한계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급격히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 지표에 선행하는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경제지표가 골디락스를 넘어 더 큰 폭으로 나빠지면 배드뉴스가 뉴욕증시에 정말로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곧 PCE 물가를 발표한다. 인플레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배드뉴스가 나온다면 뉴욕증시가 크게 흔들릴수 있다. PCE물가지수를 예의주시해야하는 이유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