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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尹·바이든 대통령의 '닮은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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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尹·바이든 대통령의 '닮은꼴' 정치

미국 정치의 추락과 증오 범죄는 한국에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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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나라가 갈수록 닮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하듯 퇴보한다는 점에서 양국이 닮은꼴이다. 미국은 한때 대통령제 모델 국가였고, 한국이 미국을 닮으려고 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은 극심한 정쟁으로 이미 두 동강이 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 입성해 4년 재임한 뒤 물러났다가 차기 대선에 뛰어들자 미국은 가히 내전 상태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트럼프 지지 세력의 의회 무장 난입 사건이 이번 대선전에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과 미국에서 너 죽고 나만 살자는 식의 극한 대결이 펼쳐지니 무대가 다를 뿐 드라마는 비슷하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에서 대화와 타협, 협치가 사라졌다. 한때 변방에 머물러 있던 극단주의가 안방을 차지했다. 이제 서로 상대 세력을 ‘실존 위협’으로 본다.

올해 80세 나이에 차기 대선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층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극단주의 세력’ 또는 ‘마가 공화당 세력’으로 부르고, 이들과 전쟁을 선포했다. 마가는 트럼프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백악관을 점령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그는 차기 대선전에서도 이를 재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당시에 “마가 세력이 미국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공격했다. 이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혔는지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은 상원의 다수당 자리를 지켰고, 하원에서도 최소한으로 의석을 잃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의 차기 대선 캠페인도 ‘마가 공화당 망국론’이 핵심이다. 바이든은 마가를 ‘세미파시스트(semi-fascist)’라고 규정했다. 트럼프와 마가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파시스트에게 동조하는 것이고, 이들 파시스트 세력과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게 바이든의 논리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국민통합위 2기 출범식에서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러한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정치권과 사회에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기에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면 이들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한국에 앞서 극단적인 대립을 일삼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내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을 한 60주년에 한 백인이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할인 매장에서 총격을 가해 흑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형적인 증오 범죄다. 마가의 중심 세력은 저학력·저소득 백인이다. 트럼프가 이들을 선동하고, 바이든이 이들과 공존 불가를 외치는 정치 환경에서 이런 증오 범죄가 속출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론 지트너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는 “스스로 ‘탈진한 다수(exhausted majority)’를 자처하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초당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시민운동에 나섰다”면서 “이들은 브레이브 에인절스, 리슨 퍼스트, 유니파이 아메리카와 같은 단체를 결성해 정치권의 열기를 식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열쇠는 정치인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이 쥐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