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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는 22개 암호화폐 거래소 "희망고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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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는 22개 암호화폐 거래소 "희망고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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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를 두고 여전히 "튤립 버블이다" "사기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지만, 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암호화폐 운용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Grayscale Investments LLC) 간 법정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그레이스케일 외에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을 비롯해 반에크(VanEck), 위즈덤트리(Wisdom Tree), 인베스코(Invesco), 피델리티(Fidelity) 등도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한 상태여서 시장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해외의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국내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 당장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만 하더라도, 동일한 출발선에 서지 못한 채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20곳이 넘는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 수리된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는 27개다. 그중 원화마켓을 보유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제외한 나머지 22곳은 원화(KRW)로 거래할 수 없어 이용자가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사야만 한다. 이들 22곳은 은행으로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것 자체가 거래소 이용 진입장벽을 확 높여 놓아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 거래소 다수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신규 회원 유입이 줄어들고 거래는 대형 거래소에 집중되고 있다. 아예 업비트 한 곳이 국내 전체 가상자산 거래대금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며 원화마켓이 없는 군소 거래소는 일일 거래량이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암호화폐 시장의 불경기를 일컫는 '크립토 윈터'가 1년 반 이상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인 점도 군소 거래소를 더욱 힘들게 한다.
한 소규모 코인마켓 거래소 직원은 "거래소 규모가 크든 작든 투입되는 인력은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이상금융거래탐지 시스템(FDS)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담인력을 확보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도 구축하라고 해서 했는데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기 어려워서 거래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애초에 소수의 거래소만 원화마켓이 허용될 거였으면 VASP 신고 수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전에는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거래소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았기에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법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원화마켓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문제가 있으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소 거래소들의 목소리가 이처럼 거세지는 까닭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반감기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이 더 어려워지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문제는 본격적인 상승장이 오기 전에 손님(이용자)을 맞을 준비를 끝마쳐야 상승장에 유의미한 거래량을 만들 수 있는데 여전히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기가 요원해 보인다는 데 있다. 이래서는 시장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문 닫을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한 가지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그러니 부디 희망고문을 하지 말고 희망을 달라!"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