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라는 용어는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했다. 이 동화에 따르면 숲 속 어느 집에 큰 곰, 중간 곰, 작은 곰 세 마리가 살았다. 각자 냄비에 죽을 끓인 곰 세 마리가 죽이 식을 동안 산책을 나간 사이 골디락스라는 이름의 금발머리 소녀가 이 집을 찾아온다. 배가 잔뜩 고팠던 소녀는 냄비에 들어 있는 죽을 맛보았다. 첫 번째 죽은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죽은 너무 차가웠다. 세 번째 죽만 먹기 좋게 식어 있었다. 소녀는 세 번째 죽그릇을 싹 비워 버렸다.
요즘 미국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고용은 그런대로 견조하다. 성장과 고용의 과열 증상이 조금 꺼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먹을 만하다. 슐만 교수가 말하는 골디락스 경제가 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뉴욕증시는 골디락스 기대로 잘 나가고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 가상화폐도 골디락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요즘 미국 경제는 적어도 지표 상으로는 골디락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와 성장 그리고 고용이 딱 먹기 좋은 상황이다.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 골디락스의 지속기간과 진행속도는 결국 연준의 금리정책에 달려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언제 중단하느냐 또 언제부터 금리인상할 하느냐에 따라 골디락스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또는 동결 인하 등 통화금융정책을 펼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거시 지표로는 물가와 고용이다. 제롬파월 연준 의장은 틈만 나면 금리인상 여부는 거시경제 지표에 달려있다 라고 주창해왔다. 제롬 파월 연준 FOMC 의장이 말하는 금리 정책 기초로서의 거시경제지표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물가와 고용인 것이다. 경제학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마리 토끼가 바로 물가와 고용이다. 토끼는 누군가 자신들을 잡으러 들면 본능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난다. 생존을 위한 나름의 비법이다.
보통의 사냥꾼은 둘 중 하나는 포기하고 나머지 하나에 집중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튀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가는 둘 다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마리 토끼는 PCE 물가와 고용보고서로 특징되는 성장이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는 경제학에서 모두 중요하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 중에서 한 마리라도 놓치면 경제는 무너진다. 물가와 성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 처럼 상호 상충관계에 있다. 물가를 잡으면 성장이 무너지고 성장에 치중하면 물가가 흔들리는 속성이 있어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아 내야하는 것이 경제학의 숙명이다. 경제 정책의 성공 여부도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아 내는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 동시 사냥의 경제학적 근거는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곡선 이론이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서로 상충한다는 경제학의 오랜 가설이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준과 한국은행 등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로 이 필립스 곡선에 근거하여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립스 곡선에 따른 고용과 물가사이에 이상적 조합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필립스 곡선 대로라면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희생하거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는 상충(trade-off)되는 관계가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 인플레 상황에서 미국 연준 FOMC 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립스 곡선은 영국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영국에서 진보진영인 노동당은 물가 안정보다 경제성장에 더 방점을 둔다. 반대로 보수당은 경제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근로자 또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당으로서는 실업률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반면에 기득 계층에 기반을 둔 보수당은 자산 가치의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의 퇴치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는 상상만의 수요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지불할수 있는 유효수요를 의미한다. 유효수요란 곧 돈이다. 유효수요가 많다는 것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다는 의미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해야하는 것이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시중에 넘치는 돈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에 돈 공급이 줄어들면 이자율 즉 금리가 상승한다. 시중에 돈이 줄어들고 이자율이 올라가면 소비수요와 투자수요가 감소한다. 긴축 재정으로 정부의 재정지출과 수요도 감소한다. 수요가 감소하면 상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인다. 결국 가격이 하락한다. 기업으로서는 재고해소를 위해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로 고용이 감소한다. 물가는 안정되지만 그 반대급부로 실업자는 늘어난다. 이것이 긴축 정책의 결론이다.
그와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고 실업자가 많아지면 정부는 돈을 풀고 지출을 확대한다. 연준이나 한국은행은 통화량을 늘린다. 재정과 통화를 확대하면 시중에 돈이 늘어났다. 늘어나 돈은 수요확대로 이어진다. 수요가 늘면 물거이 더 많이 팔리고 그 과정애서 일자리가 창출된다.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는 올라가고 금리는 내려간다, 기업의 투자가 살아난다. 생산이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실업률은 하락한다. 실업률의 감소는 인플레이션의 증가와 서로 맞바꾼 것이다.
필립스 곡선이론은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필립스(A.W. Phillips)가 1958년에 처음 발표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술지인 'Economica' 발표한 논문이다. 당시 논문의 제목은 '1861~1957년 영국의 실업률과 명목임금 변화율’이다. 이 논문에서 임금변화율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실업률이 낮은 해에는 임금상승율이 높고 반대로 실업률이 높은 해에는 임금상승율이 낮다는 사실(fact)을 밝혔다. 필립스의 이론을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교수(Robert Solow)가 더 발전시켰다.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교수(Robert Solow)는 1960년 세계적인 경제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에서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역의 관계가 실증적으로 성립함을 밝혔다.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교수(Robert Solow)는 그 관계를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새무엘슨이 바로 래리 서머스의 외삼촌이다,
경제가 침체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그 결과로 노동시장에는 노동의 초과공급이 존재하게된다. 노동의 초과공급으로 임금은 떨어진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총수요가 증가하고 고용 또한 증대된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임금이 오르게 된다. 임금 인상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인상된 생산비용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한다. 실업의 감소는 임금 인플레이션과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난다. 그 관계가 필립스 곡선에 나타나 있다.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물가의 상승과 실업률의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한 때 경제학계에서는 필립스 곡선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오일쇼크와 같은 특수 상황을 뺄 때에 여전히 유효한 이론이다, 골디락스 경제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구가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토끼라는 두 마리 토끼의 동시 포획이 중요하다. 완벽한 동시 포획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영원한 골디락스는 없다. 골디락스 이후의 찬 바람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