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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시진핑 일대일로 vs 바이든 IM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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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시진핑 일대일로 vs 바이든 IMEC

IMEC의  두 주역인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일대일로 구상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IMEC의 두 주역인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일대일로 구상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판 일대일로가 나왔다.

미국 백악관은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정상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 시진핑 일대일로에 맞서 인도·중동·유럽을 철도와 항만으로 연결하는 다국적 인프라 건설 구상이 미국 주도로 출범한 것이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경제적 연결성을 높여 중국 영향력을 저지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탄생한 것이다.
일대일로 하면 중국을 연상케된다. 일대일로(一带一路)는 직역하면 하나의 띠, 하나의 길로, 중국이 서부 진출을 위해 제시한 국가급 정층 전략(国家级顶层战略) 정책이다. 영어로는 Belt and Road Initiative(BRI, B&R)이다. .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육해공으로 잇는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8월 카자흐스탄에서 최초로 실크로드 경제벨트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일대일로가 포괄하는 나라만 62개국이다. 추진 기간은 150년에 달한다. 중국의 패권주의적 대외국책사업이다.

이 일대일로에 미국도 숟가락을 얹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제적 리더십 부재를 이용해 대 중국 견제 공동전선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미국 일대일로와 관련해 “IMEC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사이의 철도와 항구 연결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두 대륙의 연결성 강화와 경제적 통합을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판 일대일로인 IMEC는 인도와 아라비아만을 연결하는 동쪽 회랑 라인, 그리고 아라비아만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쪽 회랑 두 개의 별도 회랑라인으로 구성된다. 참여국들은 철도, 항만 등 노선을 따라 전기 및 디지털 연결을 위한 케이블과 청정 수소 수출을 위한 파이프, 통신망 등도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 백악관은 “철도가 완공되면 기존의 해상 및 도로 운송 경로를 보완하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경 간 선박-철도 운송 네트워크를 제공하게 된다”며 “인도, UAE, 사우디, 요르단, 이스라엘, 유럽을 오가는 상품과 서비스를 운송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UAE, 이스라엘을 철도로 연결하고, 해상 운송을 통해 인도와 유럽에 도달한다. 3000마일이 넘는 세계 최대 경제권 연결을 목표로 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함께 한 발표 행사에서 “ IMEC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항구들을 연결하는 ‘진짜 빅딜’”이라며 “더 안정되고 번영한 중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IMEC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을 연결해 서진(西進)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길목을 막아 세우면서 인도와 유럽, 이스라엘, 중동 등 우방을 연결해 미국의 리더십을 확대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은 2021년 말부터 이스라엘, UAE, 인도와 함께 중동 내 전략적 인프라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한 ‘I2U2’ 협의체를 만들었다. 철도망 연결 구상은 이때부터 구체화했다.

IMEC의 핵심은 인도와 중동, 유럽을 잇는 철도, 항만 등 인프라를 따라 전기·통신 연결망, 청정 수소 파이프 등을 깔고 청정에너지 수송과 무역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구상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들은 앞으로 60일 안에 실무그룹을 통해 재원 마련, 시간표 등 추진 계획을 짜게된다. 비동맹 맹주국인 인도와 민주주의권 유럽,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 지역을 하나로 묶어 중국 중심의 ‘일대일로’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G20에서 개발도상국의 파트너로 중국 대신 미국을 내세우며 글로벌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태평양 쪽의 미국을 피해 육상 실크로드는 서쪽, 해상 실크로드는 남쪽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600년 전 명나라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대가 개척한 남중국-인도양-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이다. 육상 실크로드는 신장자치구에서 시작해 칭하이성- 산시성-네이멍구-동북지방 지린성-헤이룽장성까지 이어진다. 해상 실크로드는 광저우-선전-상하이-칭다오-다롄 등 동남부 연안도시를 잇는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적 거점으로는 신장자치구가 개발되며 동남아로 나가기 위한 창구로는 윈난성이, 극동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동북 3성이, 내륙 개발을 위해서는 시안이 각각 거점으로 활용된다. 중국과 아시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으로는 푸젠성이 개발된다.

일대일로가 구축되면 중국을 중심으로 육 · 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 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이 구성되며 유라시아 대륙에서부터 아프리카 해양에 이르기까지 60여 개의 국가, 국제기구가 참가해 고속철도망을 통해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고 대규모 물류 허브 건설, 에너지 기반시설 연결, 참여국 간의 투자 보증 및 통화스와프 확대 등의 금융 일체화를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한다. 2049년 완성을 목표로 하며 인프라 건설 규모는 1조 400억 위안(약 185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400억 달러에 달하는 신(新) 실크로드 펀드를 마련하고 AIIB를 통해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일대일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는 형국이다. 일대일로 건설 과정에서 인프라 발주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수도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