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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행정력으로 누르는 물가정책, 역효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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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행정력으로 누르는 물가정책, 역효과 난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오르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물 상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오르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물 상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또 기업들의 가격 압박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주말 12개 식품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10개 외식업체와도 ‘간담회’를 열었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라면업체와 제분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한 바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 가격이 사재기 때문에 치솟자 해양수산부가 관계기관과 ‘합동점검반’을 꾸려서 현장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주류세 인상에 따라 들먹거리던 소줏값도 예외일 수 없었다. 주류세가 오르면 소줏값도 따라서 인상되어야 하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민이 정말 가까이하는 그런 품목”이라며 업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가 가격을 낮추라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버틸 기업은 쉬울 수 없다.

그러나 행정력으로 누르는 물가정책에는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가격 인상이 억제되면 기업들은 제품의 포장과 크기 등은 그대로 둔 채 내용물만 슬쩍 줄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골탕 먹는 것은 소비자였다.

가격을 억누르면 기업의 영업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매출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주식값이 하락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게다가 억제된 제품가격은 언젠가는 인상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억눌렸던 가격이 오르게 되면 그 인상폭은 ‘곱빼기’로 커질 것이다. 이는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가격 압박이 능사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