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한국시간 13일 새벽 2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소재 애플파크에서 제품 발표회를 열고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번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는 '라이트닝' 충전 단자 대신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USB-C' 포트가 적용됐다. 최상의 고급 모델에 최신 칩을 탑재했다. 전체적인 외형은 전작과 유사하지만 모든 모델에 펀치홀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채택했다.
애플 아이폰은 일반 모델과 고급 모델 사양을 차별화했다. 애플의 최신 칩인 'A17 바이오닉'은 프로 라인업에만 탑재된다. 그 하위 모델인 아이폰15 일반 모델과 플러스에는 A16 바이오닉 칩이 지원된다. A16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적용된 칩이다. 램(RAM)도 일반 모델에는 6GB, 프로 라인업에는 8GB를 탑재한다. 내장메모리는 일반 시리즈가 128·256·512GB며, 프로 시리즈는 여기에 1TB 모델이 추가된다.
중국이 애플을 사실상 미국에 대한 보복 타깃으로 삼으면서 애플이 앓고 있다. 애플로서는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셈이다. 애플이 중국 때문에 흔들리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11월에도 애플은 아이폰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으로 문을 닫으면서 아이폰14 시리즈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이번 중국발 태풍은 그 강도가 전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쇼크가 훨씬 더 큰 상황이다. 중국 덕에 커 온 애플이 이제 중국에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중국발 위기는 최근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라"며 금지령을 내린 게 발단이었다. 뉴욕증시 메이저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가 가세했다.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화웨이가 중국에 프리미엄폰 신제품을 기습 출시했다. 한마디로 재를 뿌린 셈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집중 제재로 지난 3년 동안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다가 최근 7나노(nm·10억분의 1m)급 반도체가 담긴 '메이트 60 프로'를 내놓아 미국을 당황하게 했다. 중국에서 자국산 제품을 쓰자는 '애국소비' 열풍이 거세지는 와중에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뚫고 새 제품을 내놓자 중국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열광하고 있다. 화웨이의 새 프리미엄폰은 아이폰15 잠재 수요를 빼앗아 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020년만 해도 화웨이와 20%포인트 정도 차이 났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주춤한 3년 새 50%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제는 그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됐다. 뉴욕증시에서는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1,000만 대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애플은 왜 중국 의존도가 높을까 하는 점이다,
애플은 최근 중국 진출 30주년을 맞았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팀 쿡 CEO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고객에게 최신 혁신 기술을 공유하고 지역사회에 보답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중국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그들이 서로 연결돼 창의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팀쿡은 자신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도 "모든 동료, 고객, 파트너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중국에서 애플 30주년을 축하하는 모든 동료, 고객 및 파트너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는 글을 게재했다. 중국에 대한 감사와 찬사가 주를 이룬다.
애플은 1993년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08년 아이폰3 출시와 함께 베이징에 첫 애플스토어를 오픈했다. 초기는 반응이 별로 였다. 2009년 애플의 초기 판매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첫 40일 동안 아이폰3의 누적 판매량이 10만대에 그쳤다. 당시 3일 만에 6만5천대가 팔린 한국 스마트폰에 크게 못미쳤다.
중국인의 애플 인기는 아이폰4부터 시적됐다. 2010년 9월 25일 중국 출시 5일 만에 예약가입자 수 20만명을 기록했다. 애플은 2011년 2~4분기에만 총 560만대를 팔았다. 현재 중화권 애플스토어는 55개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중국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판매량이 6% 가량 증가하면서 점유율 19.9%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1분기 점유율이다. 금액 대비로는 점유율이 훨씬 더 높다
팀 쿡 CEO는 올 3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해 "애플과 중국이 함께 성장해 왔으며, 공생 관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은 중국 협력사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에는 70여개 애플 협력업체가 있다. 애플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애플은 협력업체 직원 교육 등 개발 기금에 5천만달러(약 660억원)를 지원했다. 또한 중국 소규모 개발자 수익이 지난해 4조위안(약 733조원)에 달하는 등 iOS 앱 경제로 중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팀 쿡이 애플을 성장시킨 비결 중 하나는 중국 공략이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문을 성공적으로 열어젖히면서 고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팀 쿡이 중국 사업을 위해 2016년 극비리에 2천750억 달러(약 323조원) 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적이 있다. 미국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의 내부 문서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팀 쿡이 2016년 중국 사업 진행을 위해 중국 관리들과 중국 경제와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팀 쿡이 최소 27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에 서명했다는 것이 디인포메이션 보도의 골자다. 이 계약은 2016년 팀 쿡의 중국 방문 도중 이뤄졌다. 이 계약은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좋지 않은 평판과 애플이 중국 경제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 중국 관리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2016년 5월 팀 쿡은 중국을 달래기 위해 애플이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후, 팀쿡과 애플 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리암스, 정부 업무 책임자 리사 잭슨는 중국 정부 고위 관리들을 만났다. 애플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팀 쿡은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앱스토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했고, 이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1250단어 분량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에는 중국 제조사들이 앞선 제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국 인재의 교육과 훈련, 중국 공급사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 중국 소프트웨어를 더 많이 쓰고 중국 대학이나 중국 IT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계약은 이의가 없으면 2022년 5월까지 자동으로 1년 추가 연장된다. 이 협상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없애 애플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 예약도 이제는 만료가 됐다. 미국 중국 갈등 속에 애플은 체스판의 말로 떨어졌다. 한나라에 몰빵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닮지 말라는 투자의 원칙은 양의 동서나 시대의 고금을 막론하고 적용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