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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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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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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미국 연방정부가 문을 닫고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연준 FOMC의 잇단 금리인상으로 경제 전반의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연방정부마저 셧다운을 하게 되면 미국이 또 한번 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셧다운은 글로벌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 시장도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말하는 셧다운이란 예산이 제때 확정되지 않아 연방정부의 업무가 마비되는 형상이다. 쓸 돈이 없어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다. 상·하원에서 기간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상·하원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셧다운이 발생한다.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state)정부 차원에서도 셧다운은 발생할 수 있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공공기관들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다. 연방 공무원에게는 강제 무급휴가 조치가 내려진다. 미국 법률에서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방, 치안, 소방, 교정, 항공, 전기, 수도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셧다운 상태에서는 정부 발주 공사, 여권·비자 발급 그리고 공공기관 업무 등이 일시에 중단된다.
셧다운 규정이 도입된 1976년 이후 미국에서는 모두 20번의 셧다운이 실제로 발생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5년 셧다운은 무려 21일간 지속됐다. 당시 야당인 공화당이 정부의 복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자 클린턴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셧다운이 발생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의료보험 개혁법) 관련 예산 삭감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다가 예산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013년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셧다운이 발생했다.

트럼프 정부는 수시로 셧다운이 발생했다. 첫 번째 셧다운은 2018년 1월 20일 발생하여 사흘간 지속되었다. 미국 상원에서 양당 간 불법체류 청년 추방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셧다운에 돌입했다. 두 번째 셧다운은 2018년 2월 9일 발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2018~2019 회계연도에 세출 한도를 총 3000억 달러 인상하는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소속의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이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반대하는 연설로 표결을 방해해 두 번째 셧다운이 발생했다. 이 셧다운은 반나절 만에 종료됐다. 세 번째는 2018년 12월로 멕시코에 국경 장벽 건설 예산안을 두고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이 대치하면서 발생했다. 이 셧다운 사태는 2019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정부 시한부 정상화 법안에 동의하면서 해제됐다. 당시 셧다운은 무려 35일간이나 지속됐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해마다 10월 1일 시작돼 그 이듬해 9월 30일에 끝난다. 이번의 새해 회계연도는 2023년 10월 1일에 시작한다. 연방정부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그 하루 전인 9월 30일까지는 예산안이 의회 통과와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새해 예산안은 지금 하원에 계류돼 있다. 야당인 공화당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 셧다운 시한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화당 내 프리덤 코카스 의원들은 지난 5월 매카시 하원의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예산 규모보다 1200억 달러를 더 줄이기를 원하고 있다. 축소 대상은 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사회복지 예산들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의 1차 데드라인은 9월 30일이다. 그 데드라인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지만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같은 공화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9월 30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은 셧다운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한 달 연장하는 임시 지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절충안에 대해서도 공화당 강경파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매카시 의장이 제시한 임시 지출 법안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빅토리아 스파르츠 공화당 하원의원(인디애나주)은 성명을 통해 “공화당 하원은 다시 미국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서커스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카시의 공화당 지도부 주도로 긴급히 마련된 임시 지출 법안은 올해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9월 30일 이후 찾아올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10월까지 필요한 임시 예산안 승인과 함께 대부분의 정부기관에 약 8%의 지출 삭감을 부과하는 안이다. 매카시 의장은 이 법안으로 상·하원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예산안 협상에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2개 세출법안 가운데 한 건만 겨우 하원 문턱을 넘었을 정도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만일 미 의회가 예산안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9월 30일이 경과할 경우 국방·교통·보건 등 필수 기능을 제외한 연방정부의 업무가 모두 중단된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새해 예산안 규모를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으면 모든 세출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도 매카시 의장의 제안에 보건 예산 삭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 부재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중이다. 지금 미국 하원 의석은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3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12명마저 반대표를 던지면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예산안에 맞서 뜻대로 협상하려면 사실상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매카시 의장은 고심 끝에 전날 당내 강경파를 달랠 카드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강경파는 여전히 불만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여야 이견으로 시한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경우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전년도 수준의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한 적이 있다. 정부 예산 대폭 감축을 주장해온 공화당 강경파는 자신들의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며 매카시 의장과 백악관에서 제안한 임시예산안 처리 등에 반대하고 있어 매카시 의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 중 의회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11개 세출법안 중 공화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8860억 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안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했으나 강경파의 반발에 무기 연기했다.

현재로서는 9월 30일 이후에도 정부를 계속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분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연준 FOMC의 잇단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미국의 셧다운은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