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장에서 방문한 한국관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직원들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위치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마쿠하리 멧세 전시장은 50000sqm의 넓은 면적 안에 국제전시장 1~8번 홀, 국제전시장 북홀(9~11번 홀), 국제회의장, 이벤트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행사에는 총 787개 기업이 2684부스를 꾸렸다. 이 중 4~6번 홀이 일본 대형 게임사들의 초대형 부스로 채워져 사실상 메인 부스 역할을 했다. 7번 홀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관은 주요 전시관에서 떨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구석에 위치해 많은 수의 관람객이 방문하기 어려워 보였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국내 콘텐츠 수출 현황을 보면 게임이 전체 수출액의 70%를 넘게 차지한다. 웹툰, 한국영화, 케이팝, 한국 음식 등등을 모두 합쳐도 게임만 못하다. 그렇지만 한국 게임의 발전과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지원은 이렇듯 초라하다. 보다 많은 게임사를 모으고 보다 큰 규모로 참가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한국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부스지만 이벤트 경품은 다소 황당해 보였다. 한국관 내 부스에서 시연 등을 마치면 스크래치 쿠폰을 받게 되는데 이를 긁으면 부채, 마우스패드, 스티커, 튜브 고추장, 미니 약과 중에서 하나를 받게 된다. 마우스패드는 'KOREA'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고 스티커에는 태극기와 더불어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 이니셜)'가 새겨져 있다. 솔직해지자. 국위선양도 좋고 태극기를 내거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해외 인플루언서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KOREA'를 갖고 싶어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참가한 게임사들의 게임화면을 새긴 마우스패드나 스티커가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여기에 한국관을 소개하는 책자도 게임행사 관련 책자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여러 부스마다 자사의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온갖 이미지들을 엄선해 노출하는데 반해 한국관은 '도쿄게임쇼 2023 한국관 안내서(TOKYO GAME SHOW 2023 KOREA PAVILION DIRECTORY BOOK)'라고만 적어놔 게임 전시회 관련 책자로 보이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식'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쿄게임쇼 2023 공식 이미지와 비교해보자. 누가 봐도 게임에 대한 소개임을 알 수 있고 궁금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콘텐츠진흥원의 한국관은 적은 규모, 썩 좋지 않은 위치, 관심받기 힘든 이벤트 경품, 게임행사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책자를 준비했다. 만약 내년에도 한국관을 꾸린다면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는 느낌을 없애고 진정 한국 게임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한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