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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게임은 안보이고 'KOREA'·'KOCCA'만 보이는 도쿄게임쇼 한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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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게임은 안보이고 'KOREA'·'KOCCA'만 보이는 도쿄게임쇼 한국관

도쿄게임쇼 7번 홀 끝자락에 마련된 한국관. 참가업체의 게임 내용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이미지 확대보기
도쿄게임쇼 7번 홀 끝자락에 마련된 한국관. 참가업체의 게임 내용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히는 '도쿄게임쇼 2023'에 전세계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작을 선보였다. 당연히 전세계 미디어들도 행사장을 취재했고 일부 국내 게임업체들도 부스를 마련, 신작 게임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국관에 참가한 25개 인디 게임사를 나열한 벽면 이미지. 해당 이미지가 바깥 쪽에 눈에 띄게 노출돼 있어야 하는데 행사장 안쪽에 마련돼 있어 아쉬웠다.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관에 참가한 25개 인디 게임사를 나열한 벽면 이미지. 해당 이미지가 바깥 쪽에 눈에 띄게 노출돼 있어야 하는데 행사장 안쪽에 마련돼 있어 아쉬웠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7번 홀에 한국공동관(코리아 파빌리온, 이하 '한국관')을 꾸리고 25개 인디 게임사들의 현지 부스를 지원했다. 25개 게임사는 국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해외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비용도 많이 들고 여러 절차적인 부분도 복잡하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 같은 한국관 개설은 국내 인디 게임사로서는 꽤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방문한 한국관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직원들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게임업체 부스는 전시 게임을 전면에 크게 내걸고 관람객 시선 잡기에 한창이다. 이에 반해 한국관은 바깥 쪽에서는 어떤 게임 부스가 마련됐는지 알기 어렵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해외 게임업체 부스는 전시 게임을 전면에 크게 내걸고 관람객 시선 잡기에 한창이다. 이에 반해 한국관은 바깥 쪽에서는 어떤 게임 부스가 마련됐는지 알기 어렵다. 사진=이원용 기자


먼저 위치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마쿠하리 멧세 전시장은 50000sqm의 넓은 면적 안에 국제전시장 1~8번 홀, 국제전시장 북홀(9~11번 홀), 국제회의장, 이벤트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행사에는 총 787개 기업이 2684부스를 꾸렸다. 이 중 4~6번 홀이 일본 대형 게임사들의 초대형 부스로 채워져 사실상 메인 부스 역할을 했다. 7번 홀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관은 주요 전시관에서 떨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구석에 위치해 많은 수의 관람객이 방문하기 어려워 보였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국내 콘텐츠 수출 현황을 보면 게임이 전체 수출액의 70%를 넘게 차지한다. 웹툰, 한국영화, 케이팝, 한국 음식 등등을 모두 합쳐도 게임만 못하다. 그렇지만 한국 게임의 발전과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지원은 이렇듯 초라하다. 보다 많은 게임사를 모으고 보다 큰 규모로 참가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관 부스에서 시연을 마치면 받을 수 있는 스크래치 복권의 이벤트 경품 중 일부. 과연 외국인들이 'KOCCA'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리고 게임 전시관에서 외국 국기 스티커가 그렇게 환영받을 만한 증정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스패드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관 부스에서 시연을 마치면 받을 수 있는 스크래치 복권의 이벤트 경품 중 일부. 과연 외국인들이 'KOCCA'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리고 게임 전시관에서 외국 국기 스티커가 그렇게 환영받을 만한 증정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스패드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한국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부스지만 이벤트 경품은 다소 황당해 보였다. 한국관 내 부스에서 시연 등을 마치면 스크래치 쿠폰을 받게 되는데 이를 긁으면 부채, 마우스패드, 스티커, 튜브 고추장, 미니 약과 중에서 하나를 받게 된다. 마우스패드는 'KOREA'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고 스티커에는 태극기와 더불어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 이니셜)'가 새겨져 있다. 솔직해지자. 국위선양도 좋고 태극기를 내거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해외 인플루언서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KOREA'를 갖고 싶어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참가한 게임사들의 게임화면을 새긴 마우스패드나 스티커가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게임업체들이 만든 브로셔와 1:1로 비교하기 어렵지만 콘텐츠진흥원의 책자는 게임쇼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미지 확대보기
게임업체들이 만든 브로셔와 1:1로 비교하기 어렵지만 콘텐츠진흥원의 책자는 게임쇼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한국관을 소개하는 책자도 게임행사 관련 책자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여러 부스마다 자사의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온갖 이미지들을 엄선해 노출하는데 반해 한국관은 '도쿄게임쇼 2023 한국관 안내서(TOKYO GAME SHOW 2023 KOREA PAVILION DIRECTORY BOOK)'라고만 적어놔 게임 전시회 관련 책자로 보이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식'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쿄 게임쇼 2023 공식 포스터 포토 월.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도쿄 게임쇼 2023 공식 포스터 포토 월. 사진=이원용 기자


도쿄게임쇼 2023 공식 이미지와 비교해보자. 누가 봐도 게임에 대한 소개임을 알 수 있고 궁금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콘텐츠진흥원의 한국관은 적은 규모, 썩 좋지 않은 위치, 관심받기 힘든 이벤트 경품, 게임행사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책자를 준비했다. 만약 내년에도 한국관을 꾸린다면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는 느낌을 없애고 진정 한국 게임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한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