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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비욘드 코리아'보다 서비스 안정화가 시급한 카카오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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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비욘드 코리아'보다 서비스 안정화가 시급한 카카오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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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생태계의 '비욘드 코리아' 슬로건에 발맞춰 지난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았고, 영국의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Splyt)'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해외에서도 누구나 편안하고 혁신적인 이동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글로벌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과연 '비욘드 코리아'를 계획대로 이룰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이용 패턴 파악 및 서비스 개선점 발굴을 위해 '택시 이동문화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니 배회영업 택시 이용 경험이 있는 동시에, 1개월 내 택시 플랫폼으로 호출한 이력이 있는 이용자 성인남녀 총 9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담겼다.
조사 결과 이용자들은 이용자들이 택시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빠른 배차(81.9%)'를 꼽았다. 그리고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른 뒤 배차 완료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이 1.02분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타사 대비 최대 40% 이상 빠른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현재 국내 콜택시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우티, 타다의 3파전이지만 실상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가 90% 이상인 독점적 사업자다. 압도적으로 많은 가맹 택시 수로 인해 타사보다 빠른 배차가 가능함은 당연하다.

빠른 배차는 승객 입장에서 좋지만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쓴웃음이 나온다.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제기한 문제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승객과 가까운 위치에 빈 택시가 있어도 일부러 멀리 떨어진 카카오T 블루 택시를 연결해 줬다는 것이다.
쿠팡이츠가 25일 저녁 배달 기사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배달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2시간가량 먹통된 내비게이션은 치명적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쿠팡이츠가 25일 저녁 배달 기사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배달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2시간가량 먹통된 내비게이션은 치명적이다.

같은 날 저녁, 카카오모빌리티의 내비게이션이 2시간30분가량 먹통이 됐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 앱이 18%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독점적인 사업자는 아니지만 서비스 안정화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당장 먹통 된 시간 동안 해당 앱을 사용하는 배달기사들은 불편을 겪었다. 그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먹통 원인을 물었더니 그 대답이 가관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18시30분부터 우천과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정 구간에서 요청량이 10배 이상 급증, 일부 병목 구간에서 경로 안내 서비스 이용이 어려웠습니다. 장애 감지 후, 긴급 점검을 통해 병목 구간 해소를 위한 긴급 조치를 진행해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며, 21시 기준 내비 서비스가 정상화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우천이라고 하기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이용자가 특정 구간에 몰린 게 문제가 됐다면 내비게이션 사용량이 폭증하는 명절 당일에는 더더욱 먹통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맵 서비스·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이렇게 쉽게 먹통이 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먹통은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불편함을 주지만 대리운전이나 택배기사 같은 경제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실제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자 쿠팡이츠에서는 "카카오 내비게이션 서비스 장애로 인해 사용에 어려움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티맵 내비게이션은 정상 사용이 가능하니 참고하여 이용 부탁드린다"는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발신했다. 사용자가 몰리는 시간의 오작동은 결국 경쟁사 서비스의 홍보로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처럼 해외 진출은 자원이 한정된 국내에서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는 자국 기업의 보호장치가 없다. 지금까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진검승부를 펼치려면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먼저 채워져야 할 듯하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