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달 초 국회에서 “찬 바람 불수록,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수출, 성장지표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되기 시작하는 초입 단계”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민간연구소의 분석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금융업종을 제외한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0.6으로 기준선 100을 크게 밑돌았다. 이 지수는 기준선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기준선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그런데 10월 BSI는 기준선을 10포인트 가까이 밑돌았다. 9월의 96.9에 비해서는 6.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은 88.1로, 비제조업의 93.3보다 더 낮았다. 제조업의 경우 작년 4월부터 19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대한상의가 2282개 제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BSI도 전 분기보다 7포인트 급락한 84에 그쳤다. 9분기 연속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가전의 BSI는 83에서 78로 떨어졌고, 수출이 그나마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의 경우도 98에서 92로 후퇴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는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를 의미하는 ‘L자형’이 될 수 있다는 자료를 내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이라는 것이다.
‘산업 현장’과 가까이에 있는 민간연구소들은 이렇게 나라 경제를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찬 바람이 불어도’ 경기가 좋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는 민간연구소의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상저하고’ 전망은 벌써 접었어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