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이달 초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4.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의 전망치인 4.8%보다 0.4%p 낮아진 수치다. 소비와 기업 투자가 늘지 않고 있는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등 구조적 요인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8월 말까지의 경제지표에서도 이런 기류는 뚜렷하다. 소비와 공업생산에서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투자와 수출은 모두 부진한 상태다. 경제성장 동력인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3.2%로 낮은 수준이다. 위안화 평가절하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외무역도 8월까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리를 내리면서 통화량(M2)을 GDP 대비 280% 넘게 늘렸는데도 CPI 물가는 0.5%다. PPI, PMI 등을 함께 고려하면 디플레이션 국면이다. 도시 실업률도 여전히 5%대로 높다. 7월보다는 회복세지만 V자 반등을 기대하기엔 여전히 시기상조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경제의 부채 주도형 성장 구조다. 경제성장기에 늘어난 경제주체의 부채를 갚기 위해 자금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 침체기에 진입한 일본 경제와 유사한 징후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월가 자본의 중국 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를 규제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피치 데이터를 보면 2016년 이후 미국 자금이 투자한 중국 벤처는 700여 개에 이른다. 월가 지원을 받는 중국 벤처는 이른바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 3대 민감 영역에 집중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경제지들이 최근 월가 자금의 중국 투자 규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가 자금의 중국 이탈은 세계 금융계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중국 경기에 민감한 우리 경제도 '상저하고'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다. 2조 달러가 넘는 월가 금융 자금은 중국 경제에 아킬레스건 격이다. 국제 투자자금 동향에 더 예민해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