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지나친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축인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중국도 경제 침체 국면에서 회복하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필수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척 슈머 원내대표 등 미 상원 의원단을 직접 만나며 호의를 보였다. 현직 고위자 면담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이후 4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상석에 앉아서 블링컨 장관 일행을 맞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일렬로 마주 앉는 형식을 취한 것도 변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전 10월 중·러 정상이 먼저 만난다는 점은 변수다. 러시아와 미국과의 ‘삼각관계’를 중시한다는 의지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상태다.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생각도 변함없다. ‘차이나 쇼크’라는 한마디에 담겨 있다. 이른바 중국 상품의 수입 증가가 미국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고도의 경제 발전을 구가했으니 미국에 큰 타격을 줬다는 논리다. 실제 미국 경제는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실업자가 증가하고 임금이 하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최신 자료를 보면 2001년 이후 2019년까지 미국 제조업 일자리 60%가 중국 충격에 의한 것이란 추산이다.
중국 충격론에 관한 한 바이드노믹스와 트럼프노믹스가 완전 일치를 보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은 일본의 부상을 재팬 쇼크라 하고,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에 대해서도 타이거 쇼크라며 경계한 적도 있다. 아무튼 국가 간 무역은 제한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장려하는 게 상호 이익이란 사실에 공감대를 이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