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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리모델링 컨소시엄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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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리모델링 컨소시엄 출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수원, 한전KPS,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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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원전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수원은 13일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함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 개선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등 3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사업제안서 준비 등 SNN이 발주할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 개선사업 수주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이 사업은 1996년 루마니아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체르나보다 1호기를 30년 더 운전하기 위해 2027년부터 설비·부품을 교체하는 사업이다. 3자 컨소시엄은 내년 상반기 루마니아원자력공사와 최종 계약을 맺는다. 총사업비는 18억5000만 유로다. 우리 돈 2조5000억원 규모다. 한수원과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 우리 기업들은 그중 40%인 1조원을 수주하게 된다.

발주사인 루마니아 SNN은 구체적인 사업조건을 협의한 뒤 한수원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SNN의 적극적인 관여하에 사업 컨소시엄이 결성된 만큼 사실상 수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루마니아는 1996년 운전을 시작해 2026년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는 중수로형 원자로인 체르나보다 1호기를 전면적으로 개보수한 뒤 30년 동안 추가로 운영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물색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체르나보다 1호기의 압력관 등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통째로 들어내 새것으로 바꾸고, 방사성폐기물 저장 시설 등 여러 인프라 시설을 새로 짓는 등 대대적인 개보수다. 건물 뼈대만 남기고 주택을 사실상 새로 짓는 '리모델링'에 준하는 수준이다.

한수원은 그중 원자로 계통 핵심인 압력관 교체를 포함한 전체 시공과 방사성폐기물 보관 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담당한다.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 뉴클리어는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의 설계와 기자재 구매를 담당한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당초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 뉴클리어가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나눠 맡아 설계·시공했다. 기존 노형 유지를 위해 두 회사가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참여하지만, 전체 시공은 한수원이 새로 등장해 가져가는 셈이다. 원전 '개보수' 영역에서 첫 대형 수출이 성사되는 단계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원전 수출 대상지가 기존의 중동(UAE)과 아프리카(이집트)에 이어 유럽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월성 2·3·4호기와 같은 캔두-6(700MW) 노형이다. 한수원은 2009년에 지금은 폐쇄된 월성 1호기의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설비 개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이번 컨소시엄 참여의 기반이 됐다고 자평했다. 중수로형 원전의 압력관은 핵분열이 일어나는 곳으로 경수로형 원전의 원자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원자로 계통 및 터빈발전기 계통 설비 개선과 기자재 공급, 인프라 시설 건설에 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삼성물산 등 대기업은 물론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한국의 원전 산업 생태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을 구호로 내걸고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 수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정부 들어 지난해 8월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에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을 중심으로 3조원 규모의 원전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하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3년 만에 대형 원전 수출의 물꼬를 텄다. 현재 폴란드·체코 등으로의 추가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역사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상업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월성 1호기 설비 개선작업 당시 압력관 교체 작업을 27개월 만에 끝낸 실적이 원전 설계회사인 캐나다 업체에서 러브콜을 받는 원동력이 됐다. 캐나다(포인트레프로 원전)와 아르헨티나(엠발세 원전)는 압력관 교체에 각각 46개월, 37개월이 걸렸다. 캔두형 원전을 설계한 캐나다조차 수차례 압력관 교체에 실패하며 작업이 지연됐다. 우리는 월성 1호기 때 한 번만에 성공했다.

한국은 2022년 8월 3조3000억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이어 폴란드와 한국형 원전 LOI 체결, 루마니아 삼중수소 제거 설비 건설사업 계약 등을 잇따라 따냈다. 러시아 업체가 이집트에 건설하는 원전 4기에 기자재를 공급하고, 80여 건물·구조물을 짓는 엘다바 사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對)러시아 제재 등 돌발 변수 속에서도 최종 계약을 맺었다. 2023년 6월에는 단일 설비 수출로는 최대 규모인 루마니아 원전 삼중수소 제거 설비(2600억원)를 수주하기도 했다. 지금은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사업(10조~30조원), 9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입찰이 진행 중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