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최대 방산전시회 '2023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 KF-21이 시험비행을 선보였다. 첫 한국형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 KF-21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인도네시아와의 개발 분담금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의 인도네시아행 소식이 들렸다. 앞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8조8000억원 중 20%인 약 1조7000억원을 2026년까지 부담한다는 조건이다. KF-21의 분담금 문제 해결을 위해 출국했다는 방위사업청의 설명에 기자는 물밑 협상 가능성을 조심스레 추측했다. 통상 실무진과 세부 협상 후 대외적인 발표를 위해 고위급 인사가 만남을 갖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엄 방사청장은 귀국했지만 KF-21 분담금 문제에 대한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2783억원만 납부한 상태로 납부금이 계약조건에 터무니없이 미달된 상태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인도네시아 측에 “10월까지 분담금 반환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라고만 설명했다.
상황이 거꾸로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 기술로 KF-21을 개발했고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은 우리다. 인도네시아는 지불할 돈이 없다고 하면서 미국의 F-15EX 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위사업청의 전략 다변화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말대로 실제로 대금이 부족하다면 현물로 분담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전 세계 1위 국가로도 유명하다. 이 방법도 불가능하다면 다른 국가와의 협력도 생각해볼 만한 옵션이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나 폴란드가 KF-21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신뢰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의리는 이제 내려놓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