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파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의 여파로 기업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법원 통계월보를 보면 9월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179개다. 월 단위로는 가장 많다. 올해에 파산을 신청한 기업 수는 1213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파산 신청 기업 수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물론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대부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다. 고금리로 실질소득과 소비가 줄어든 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자금 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유위니아전자의 경우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의 워크아웃제도 등이 사라지면서 기업 회생절차는 법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일한 창구다. 하지만 사후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코로나 당시 차입한 자금이 만기 도래하면서 기업부채를 감당하기 힘들어졌음을 반영한다.
단기로 자금을 빌려 부채를 갚아나가는 모양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판박이다. 코로나 팬데믹 후유증이 우리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국제 시장금리의 벤치마크로 통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대를 돌파하면서 기업 자금 조달 시장도 비상이다. 이미 고금리 차입 규모는 600조원을 돌파했다. 카드사 단기채 등 고금리 차입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54.7%가량 늘었다. 태영건설이나 호텔신라, 일동제약과 아이에스동서 등 유수의 기업도 단기채를 늘리는 중이다. 최근 채무를 갚기 위해 유상증자를 한 SK이노베이션이나 CJ CGV 등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의 중동 정세를 보면 유가·곡물 등 수입 물가도 불안하다. 고물가는 고금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는 기업의 도미노 파산을 불러올 수 있다. 부실 기업을 정리할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전예방 조치는 반드시 취해야 하는 당국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