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시선은 수년째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를 망설이고 있는 삼성전자로 쏠린다. 고객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부족한 수주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파운드리 사업 분사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런데 인텔은 과감하게 이 알짜배기 사업부의 분사를 결정했다. 이는 인텔이 사활을 건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분사를 결정한 3일 인텔의 주가는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2.3% 상승했다.
중국의 제동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업계 7위인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타워 세미컨덕터’의 인수도 시도했다. 광범위한 투자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업계 1위 TSMC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어느덧 2위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도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현지 고객 확보에 유리하도록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8000억원)를 들여 5나노급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보다 한발 먼저 차세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설계를 3나노 공정에 적용하는 등 기술력도 갖췄다.
그럼에도 글로벌 유력 고객사들은 좀처럼 삼성 파운드리에 일을 맡기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 등 한 번 유치했던 대형 고객사도 다시 TSMC로 돌아섰다. 이는 아직도 고객사들이 삼성을 파운드리 파트너로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쉽게 분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소극적이고 신중한 행보만 계속하다가는 과감한 투자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 인텔에게 순식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 제조 공정은 뒤처져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개발·제조한 인텔의 내공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DDR 메모리와 낸드 플래시는 경쟁사들과 기술적 격차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AI시대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 계획만이라도 세워보든가, 쌓아놓은 현금으로 유망한 반도체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해 스스로 고객을 확보하는 등 업계의 이목을 끌고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결단이 필요한 때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