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조형물이나 장식, 벽면의 분위기는 크게 바뀐 게 없는데 오랜만에 사옥을 방문하니 이번에는 엔씨소프트의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의 캐릭터 '포세이돈'이 기자를 맞이했다. 이 포세이돈은 엔씨소프트 사옥 1층을 바삐 오가며 청소하는 로봇청소기에 랩핑돼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배틀 크러쉬는 지난해 초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된 엔씨소프트의 신작 5종 중 하나다.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인 배틀 크러쉬는 초등학생도 즐길 수 있도록 대상 연령을 대폭 낮춘 캐주얼 게임이다. 전체적인 그래픽 역시 아시아권에서 선호하는 형태라기보다는 서구권 게이머 취향에 맞춘 듯하다.
배틀 크러쉬 같은 캐주얼 게임은 리니지 같은 MMORPG에 비하면 큰돈을 벌기 어려운 게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주가가 수년 내 4분의 1 토막이 난 엔씨소프트로서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장르 다양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계속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내놓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엔씨소프트는 수십 년간 자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리니지 라이크'를 내려놓고 장르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리니지 라이크는 일종의 MMORPG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말 그대로 '리니지처럼 만든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 원조 기업이 리니지형 게임을 줄이고 장르 다양화를 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된 게임 개발을 줄이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불투명한 게임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그만큼 엔씨소프트가 궁지에 몰렸다는 뜻일 수 있다. 그간 게이머들은 엔씨소프트의 게임 속 과금요소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별다른 변화 없이 새로운 리니지가 출시되자 결국 '오딘', 나이트 크로우', '아레스' 등 타사의 리니지 라이크 게임으로 게이머의 이동이 이뤄졌고 실적은 악화됐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엔씨소프트 내 조직의 변화를 만들기 시작한 듯하다. 재능 있는 젊은 PD들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리니지 라이크는 줄어들었지만 대신 '엔씨 라이크'라는 새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해 내심 기대된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