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수교한 게 1962년이다. 수교 이후 양국 교역 규모는 400배로 증가했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1992년 수교 이후 30년간 늘어난 무역액 47배에 비할 바 아니다. 중동 붐의 백미는 정주영 회장의 주바일 항만 건설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20세기 최대의 공사다. 바로 1970년대 오일쇼크를 벗어나게 해준 일등 공신 격이다.
네옴시티 건설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 규모만 봐도 5000억 달러로 인류 최대의 공사다. 수주 여부에 따라서는 제2 중동 붐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130명의 기업인이 동행한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 기업 수주금액은 156억 달러다. 지난해의 290억 달러를 합치면 총 60조원 규모다. 정주영 신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도 강해 보인다. 44개 항목의 공동성명을 보면 양국 간 협력사업 내용을 알 수 있다. 건설과 인프라는 물론이고 청정에너지와 전기차·방위산업·디지털 의료·스마트 시티 등 다양하다.
하지만 네옴시티는 여전히 상상 속의 프로젝트다. 5000억 달러 투자가 아닌 각국에서 유치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게 과제다. 중동은 지정학적 위험 지역이다. 자금 조달부터 건설과 운영 단계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수익성만 있다면 과거 정주영 회장처럼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 당시 정 회장은 한국에서 블록을 제작해 사우디로 운반해 조립하는 도전으로 신화를 썼다.
지금은 바로 이런 정신을 되살릴 때다. 그래야 잠재성장률 2% 아래로 떨어진 우리 경제를 구출할 수 있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와의 기회도 활용해야 한다. 다시 한번 중동 붐을 일으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복합위기 극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