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0%대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1%대로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 안에 존재하는 노동력 및 자본 등의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가정할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생산량 증가율을 말한다.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상태에서 달성 가능한 최대의 경제성장률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인 셈이다. 잠재성장률 둔화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둘째 이유는 낮은 생산성이다. 인구가 줄어도 생산성이 높으면 경제를 키워나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인구가 감소하는 와중에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잠재성장률이 기하급수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률이 높아져 국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경제성장 능력이 떨어지면 취업난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위기 종료 후에도 경제성장률 회복이 어렵게 된다.
OECD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미국(2020년 1.8→2024년 1.9%), 캐나다(1.1→1.6%), 이탈리아(0.3→0.8%), 영국(-1.3→1.2%) 등은 오히려 잠재성장률이 뚜렷하게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2%를 밑돈 뒤 내년에는 1%대 중후반까지 내려앉을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의 글로벌 순위나 경제적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2024년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1.7%)이 G7의 선두 주자인 미국(1.9%)보다도 낮아지는 셈이다. OECD의 2001년 이후 24년간 추정치 통계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G7 국가를 밑도는 경우는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정 범위를 2021∼2022년 기준 '2% 내외'로 공개했다. 한은 추정치는 ▲ 2001∼2005년 5.0∼5.2% ▲ 2006∼2010년 4.1∼4.2% ▲ 2011∼2015년 3.1∼3.2% ▲ 2016∼2020년 2.5∼2.7% 등으로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는 최근 곤경에 빠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과열되고, 국제분쟁 지역이 늘어나면서 공급망이 교란되고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이 본격화하면 한국의 GDP가 약 4%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가 한국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는 총체적이고 구조적이건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태연하기만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 공약으로 잠재성장률 4%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잠재성장률 공약은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눈앞의 당면한 경제성장률을 넘어 미래의 경제 체력까지 내다본 전향적 경제 인식에 미래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OECD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윤석열 대통령 목표 공약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게 물론 윤석열 정부 탓은 아닐 것이다.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줄곧 하락해왔다.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추락해도 이를 다시 높이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